이기는 법보다 ‘잘 지는 법’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된 1위 KIA 타이거즈의 우울한 가을이다.

4월 14일을 시작으로 KIA는 1위 독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5일까지 성적은 75승 1무 46패로 승률은 0.620을 넘고 있다.

‘5할’ 고지를 앞두고 번번이 주저앉았던 지난해에 비하면 상전벽해의 시즌이다. 유일한 승률 6할 팀으로 군림하면서 지는 날보다 이기는 날이 더 많은 시즌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KIA 야구를 향한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1위 자리는 지키고 있지만, 허를 찌르는 패배가 이어지면서 팬들의 실망감이 쌓여가고 있다. 특히 두 경기 연속 끝내기 패는 치명적이었다.

KIA는 지난 3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9회말 6점 차 리드에서 패한 팀으로 이름을 남겼다. 결과도 결과지만 패배로 가는 과정이 문제였다.

잦은 등판과 휴업 모드의 ‘극과 극’의 불펜이 어우러진 패배였다. 6-1로 앞선 9회말 1주일 동안 벤치만 지키던 한승혁이 등판했고, 제구 난조에 수비 도움까지 받지 못하자 불펜이 바로 돌아갔다. 심동섭이 선발 등판 4일 만에 기용됐고, 김진우 역시 2군 선발 뒤 4일 만에 1군 연투에 나섰다. 올 시즌 두 차례 3이닝 세이브를 기록했던 박진태까지 모두 볼넷을 헌납하면서 위기를 자초했고, 결과는 7-8 끝내기 패였다.

비정상의 마운드로 인한 끝내기 패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게 목표였던 5일에도 KIA는 끝내기 패의 제물이 됐다.

이번에도 마운드가 매끄럽게 돌아가지 못했다. 하루 앞당겨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 선발로 나선 팻딘이 눈부신 피칭으로 이닝을 지워갔다. 7회까지 양석환의 솔로포로 내준 1점이 유일했던 실점. 7개의 탈삼진도 뽑아내며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던 팻딘의 등판은 85구에서 멈췄다.

8회말 3-1에서 김윤동이 투입됐지만 1사에서 안타와 볼넷을 내주자 빠르게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올 시즌 우투수(타율 0.313)보다 좌투수(타율 0.372)에게 좋은 성적을 낸 박용택의 상대는 좌완 고효준이었다. 이렇다 할 힘 대결도 해보지 못하고 볼넷으로 만루가 된 뒤 김세현이 급히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패전 김세현이었다. 그것도 연장 10회말 끝내기 패배였다.

1사 만루서 노련한 정성훈에게 동점 적시타를 내준 김세현은 이후 실점 없이 8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우고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팀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승부는 연장까지 갔고, 김세현은 10회에도 등판해야 했다. 2사 1루에서 포수 패스트볼로 3루를 내준 김세현은 고의사구 뒤 김재율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2.1이닝을 지키면서 김세현이 던진 공은 37개였다.

85구로 7이닝을 막았던 팻딘의 호투가 묻혀버린 경기였다. 팻딘은 자신의 KBO 데뷔전이었던 4월 1일 삼성 원정경기에서도 7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하고도, 9회말 불펜진이 7실점을 하는 장면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나마 이 경기는 9-7, 진땀승이었다.

지난 6연패 기간 KIA의 공수는 다르게 돌아갔다. 움직임이 필요했던 공격은 특별한 변화 없이 정체됐었고, 안정감이 필요했던 수비는 깜짝 기용과 성급한 교체로 요동쳤다. 퓨처스 리그에서 올 시즌 단 한 차례 등판에 그쳤던 배힘찬의 선발 투입, 지난 시즌 고척 연패 행진의 시작점이었던 유격수 김주형 카드의 재사용 등은 충격적인 대패를 남겼다. 외야수로 전향한 ‘이적생’ 유재신의 유격수 도전도 아찔할 결과를 낳을 뻔했다. 마운드의 보직 파괴와 예측 불허의 투입은 시즌 내내 언급되던 문제이기도 하다.

극적인 승리보다 ‘잘 지는 경기’를 보고 싶은, 1위 팀 팬들의 이상한 소원이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