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마운드에 ‘호랑이 군단’의 6연승이 좌절됐다.

KIA 타이거즈가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7-8, 끝내기패를 당했다. 9회 4명의 투수를 기용하고도 6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처참한 패배다.

8회까지는 KIA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헥터가 2회 1사에서 고종욱을 2루타로 출루시킨 뒤 잠시 흔들렸지만 1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후 헥터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됐다. 3회부터 8회까지 헥터가 내보낸 주자는 단 두 명. 4회 선두타자 고종욱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병살타로 2루를 허용하지 않았고, 7회 2사에서는 채태인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1루수 서동욱의 좋은 수비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헥터가 8이닝 5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키자 타자들도 응답했다.

1회초 이명기가 투수 내야 안타로 출루한 뒤 도루와 상대 실책으로 3루까지 향했고, 버나디나의 적시타로 선취득점을 만들었다. 다리 통증으로 빠진 최형우를 대신해 4번타자로 나선 나지완은 좌중간 2루타로 타점을 올렸다.

4회 1사 1·2루에서 대타 김주찬으로 1점을 보탠 KIA는 김선빈과 버나디나의 연속 안타 그리고 이범호의 투런을 보태 6-1까지 앞서갔다. 이후 KIA는 9회초 나온 안치홍의 적시타로 7-1에서 마지막 수비에 들어갔다.

107개의 공을 던진 헥터에 이어 한승혁이 KIA의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왔다.

하지만 지난 8월 27일 이후 1주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이 김하성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가 시작됐다. 이어 장영석의 펜스 맞는 큰 타구가 나오면서 무사 2·3루가 됐다. 설상가상 펜스수비를 하던 좌익수 이명기가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고종욱의 1루수 땅볼로 간신히 원아웃을 잡았지만 그사이 3루에 있던 김하성이 홈을 밟았다. 이어 이택근의 타구 때 우익수 신종길의 아쉬운 수비가 나오면서 장영석도 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등판한 한승혁이 제 몫을 못하면서 자초한 위기, 벤치가 자충수를 뒀다.

한승혁을 강판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이대진 투수 코치가 호출한 이는 좌완 심동섭이었다. 지난 8월 30일 삼성전 선발로 나서 85구를 던져 승리투수가 됐던 심동섭은 4일 만에 다시 등판했다. 여기에 김기태 감독이 심동섭을 다음 주 LG전 선발로 예고했던 상황이었던 만큼 심동섭의 등장은 비극의 복선 같았다.

심동섭은 연속 볼넷으로 진땀을 흘렸다. 이정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는 것 같았지만 서건창의 중전안타로 2실점을 한 뒤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투구수는 23개.

이어 사이드암 박진태가 급히 마운드에 올랐지만 다시 볼넷. 2사 만루에서 김진우가 등판했지만 결과는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그리고 장영석의 끝내기 안타로 헥터의 18승과 팀의 6연승이 날아갔다.

올 시즌 KIA는 1위 독주를 하면서도 마운드 구성과 운영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선수들의 더딘 성장세와 벤치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더해지면서 마운드 참사가 여러 차레 발생했다.

선발투수를 실전 경기에 불펜 요원으로 투입하는 방식도 역효과만 부르고 있다.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을 원칙 없이 오가던 홍건희가 가슴 근육 부상으로 빠진 적이 있고, 올 시즌에는 임기준이 홍건희와 비슷한 역할을 하다가 역시 근육 부상으로 빠졌다. 이런 변칙 운영 속에 불펜진은 극과 극으로 가고 있다. 특정 선수들의 과부화 조짐 속, 부진 만회의 기회를 얻지 못하며 후퇴하는 이들이 엇갈리면서 마운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됐던 임기영과 정용운의 공백과 부진에도 대처하지 못하면서 선발·불펜 경계 없는 비정상의 마운드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빨리 1위로 골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1위 팀 다운 계산이 서는 마운드다. 이는 진정한 1위와 가을 잔치 그리고 왕조 재건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한 선행 과제다. KIA 팬들이 1위 팀 질주를 보며 느끼는 갈증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경계 없는 마운드는 부상과 부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또 다른 마운드 참사를 부를 수 있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