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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장] ‘택시운전사’와 5·18 기억의 공간

2017. 09.04. 00:00:00

영화 ‘택시운전사’가 흥행 중이다. 1000만 관객을 훌쩍 넘어 12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두 집에 한 집 꼴로 영화를 본 셈이다. 놀라운 일이다. 5·18 광주에 대해 이토록 많은 국민이 보고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대단하다.
지난 5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추모 연설과 유가족을 위로하며 포옹하는 장면은 온 국민을 감동시켰고, 1995년 11월 16일 전두환 노태우 구속 수감 이후 5·18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거기에 ‘택시운전사’는 5·18 진실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무한 확장시키면서 최근 계엄군의 시민에 대한 헬기 기총사격 행위와 공군 전투기 출격으로 광주시민에게 폭탄을 투하하려 했다는 새로운 정보가 폭로되기에 이르렀다.
1996년 전두환 노태우에 대한 처벌과 5·18 특별법에 의한 명예회복 및 보상조치로 5월 광주의 진실은 역사 속에 묻히는 줄 알았다. 더구나 10여년의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역사는 후퇴되고 사방에서 왜곡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두환은 회고록까지 썼다. 자신은 광주학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1996년의 재판까지도 부인한 것이다.
역사왜곡의 절정 끝에 ‘택시운전사’의 등장은 오히려 새로운 진실규명의 출발이 되었다. 문 대통령은 헬기사격과 공군전투기 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실을 엄정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역사의 뒤 안에서 진실을 은폐하려는 당시 쿠데타 세력과 군부, 그들과 결탁했던 관료들에 맞서 얼마만큼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또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면서 저들에게 용서와 화해를 보냈건만 진실을 정면 부인하고 왜곡까지 하는 전두환을 그대로 둘 것인가? 새로운 진실이 드러나 국민을 향해 폭격을 명령했다면 그에게 전직 대통령 예우를 계속할 것인가?
지금 ‘택시운전사’는 많은 것을 묻고 있다. 아니 택시운전사를 본 촛불 국민이 묻고 있다.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카메라에 담은 5·18 광주 현장’(5·18 특파원리포트)을 쓰며 “내 생애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최초의 엄청난 슬픔과 서러움이었지만,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져야 할 이 역사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이제 목격의 기억을 사실의 기록으로 다시 정리해야 할 결정적인 시간이다. 그 첫 번째 과제가 진실의 고백이다. 지금 전두환 노태우를 비롯한 계엄세력, 그들을 비호했던 미국 정부, 그때 그들을 도왔던 관료들은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의 기록을 내놓아야 한다. 진실을 고백하지 않고서는 어떤 화해와 용서도 있을 수 없음은 종교에서까지 말하는 것이다. 올해까지를 진실의 고백기간으로 정해 모든 당사자들이 진실을 고백할 수 있도록 하자. 고백성사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호하도록 하자.
정부도 이번만큼은 체계적으로 하면 좋겠다. 진상규명이 입으로만 하는 정치적 행위에 그치지 않도록 특검이 있듯 진상규명을 제대로 추진할 합당한 조직과 예산, 법률과 조례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청와대와 국회, 광주시가 할 일이다. 수없이 많은 일들이 그때 반짝하고 지나며 흐지부지 끝나는 것을 보는 것이 그동안 정부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건 ‘택시운전사’를 만든 영화사와 서울시에 부탁하는 것이다. 영화 후속으로 5·18을 비롯한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기억의 문화와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희생자는 물론 사회 전체가 기억할 장소를 제공하고, 미래세대가 과거를 기억하고 배우는 장을 마련하며 더 이상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기억의 문화 공간을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현실이든 가상공간이든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는 것이 무리한 부탁인지 모르겠다. 할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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