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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 대물림

2017. 08.31. 00:00:00

‘자본주의를 구하라’(Saving Capitalism)란 제목의 책을 펴낸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현대사회가 성장과 안정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신뢰의 지속적인 쇠퇴, 즉 불공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부유층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인상, 이를 국민이 잘사는 데 필요한 우수한 학교와 수단 확충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난의 대물림과 함께 부·명예·권력의 대물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대물림의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공정한 기회’, ‘부유층 증세’, ‘기부 문화’ 등이 있다. 이를 통한 계층 간 이동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는 가능해야 아래에서는 ‘꿈의 실현’을 위해 정진하고, 꼭대기에서는 ‘나태와 자만’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공부만으로 어느 정도의 계층 이동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이마저도 점차 문이 닫히고 있는 것 같다. 부유층과 기득권층의 대물림에 대한 욕망은 갈수록 그 정도를 더해 가고 있으며, 꼭대기에 진입하려는 아래에서의 경쟁은 무모할 정도다.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사법고시에서 법학전문대학원으로의, 교육·사법 제도의 변화 역시 이를 부채질하는 듯하다.
얼마 전 미국과 유럽의 유명인, 부유층, 기득권층의 자녀가 시급 몇천 원 수준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다. 돈의 가치, 사회 전반의 분위기 등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한다. 자녀에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를 알려 주는 속 깊은 배려이자 그들만의 문화일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고, 형량에 대한 논쟁도 분분하지만, 그가 할아버지·아버지·자신으로 이어지는 대물림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꼭대기를 구성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번 판결이 ‘반칙 대물림’을 경계하는 계기가 되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조금씩 더 공정해지기를 기대한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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