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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의 종언

2017. 08.28. 00:00:00

얼마 전 살충제 계란 파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민을 당황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살충제 계란의 위해성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와 전문가 단체가 정면충돌한 것이다.
“살충제 계란을 평생 먹어도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지난 21일 식약처의 발표에 대해 바로 이튿날 대한의사협회 등이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심각한 해를 가할 정도로 독성을 가진 것은 아닌 게 맞지만, 무조건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건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의사협회는 특히 “(살충제 계란을)장기 섭취해도 유해하지 않다고 단언한 정부 발표는 섣부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는 지적까지 내놨다.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정부 발표’를 민간 전문가들이 단번에 부인해 버린 셈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최근 들어 별로 낯설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항의 집회나 판결 파기 운동까지 불사하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 동물 학대 혐의로 기소된 개 농장주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동물 보호 단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 좋은 예다. 법원은 “법에 따르면,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동물을 감전시키는 행위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결에서 ‘잔인’이라는 개념을 너무 넓게 해석하면 처벌 범위가 무한정 확대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동물 보호 단체들은 “동물 복지 수준을 최악으로 후퇴시킨 희대의 나쁜 판결”이라며 “판결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경남에선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매매 시키고 나체 영상까지 찍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10대들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자 지역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권위에 대한 불신·불만’ 때문이라기보다는 촛불 혁명을 통해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인식한 시민들이 수평적인 소통을 추구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타당할 것이다.
이제 근거가 없거나 부실한 권위로는 더 이상 국민을 설득시키고 이해를 구할 수 없게 됐다. 권위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니, ‘권위의 종언’이라 해도 틀리진 않을 듯하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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