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않은 비용이 드는 국제교류를 ‘왜(Why)’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다. 많은 이유 중 하나를 들자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What)을 가지고 국제교류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선 어떠한가.

한 권의 책 속엔 작가의 삶과 가치관, 작가가 속해 있는 문화와 사회적 배경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국제교류’를 통해 주로 진행되는 공연, 관광, 문화체험활동과는 또 다른 가치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문학’이 있다.

하지만, ‘문학’은 언어적 한계, 번역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한계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학작품을 쓴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교류를 하는 것은 지혜로운 방법 중 하나라 생각된다.

올해 열린 2017서울국제도서전에 캐나다가 건국 150주년을 맞아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지정이 되어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캐나다 작가 2명을 초청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광주 지역민들도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고도 캐나다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문화 다양성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련된 교류행사로 지난 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에서 캐나다 공립 도서관이 추천하는 최고의 책 ‘빨강이 최고야’ 저자 ‘캐시 스틴슨 작가 초청강연’이 개최되었다. 이날 첫 번째 순서로 광주 아이들 100명과 캐나다 작가와 ‘그림책’을 통해 만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캐시 스틴슨 작가의 대표작 ‘빨강이 최고야’와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을 통해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외국 작가의 작품을 영어로 함께 읽어보고 작가의 그림책 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은 이제 ‘빨강이 최고야’ 책을 보면 ‘캐나다’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캐나다 작가와의 만남이 아이들에겐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길 바란다.

두 번째 순서로 캐시 스틴슨 작가와 광주 작가와의 만남은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참석한 작가들은 캐시 스틴슨 작가처럼 다른 일을 하다가 또는 아이들을 키우다가 그림책, 동화, 시,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들을 위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후 늦은 나이에 작가가 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이들에겐 ‘빨강이 최고야’ 작품이 제일 인기가 높았다면 광주작가들에겐 ‘안녕, 아이비’ 작품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안녕, 아이비’ 책은 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둔 오빠의 심정과 함께 장애아동을 둔 부모의 감정까지 예민하고 섬세한 필체로 적어 내려간 소설이다. 작가들은 캐나다와 한국의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 장애아동을 둔 부모의 심정, 이를 작품에 담고자 할 때의 제한점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공유했다.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작가로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많은 어려운 점에 대해 캐시 스틴슨 작가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조언을 구하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캐나다와 광주 그림책, 동화 작가들은 자신들이 써내려갔던 작품들에 녹아져 있던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서로 알아가고 ‘작가’라는 공통된 범주 안에 서로 다른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한 층 넓은 사고와 식견을 얻어갔을 것이다.

‘문화중심도시 광주’에서 다양한 국제교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류담당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류행사를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가 한 번의 만남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서로 필요할 때 언제든지 연결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문학’을 통해 ‘캐나다’를 들여다보며 다른 나라를 알아가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또한, 캐시 스틴슨 작가가 광주에서 진행된 인터뷰 중 “여행은 방문 전에 책으로만 봤던 나라들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면서 자연스레 그 나라가 나의 품안으로 들어오는 좋은 경험”이라고 얘기했다.

이처럼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의미 있는 국제교류 행사를 기획하여 광주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의 폭을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국제교류’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