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흘리개였던 어린 시절만 해도 열차는 고단하고 비루한 삶을 벗어나 꿈과 부를 찾아 도시로 상경하는 수단으로 느껴졌었고, 학창시절엔 누군가와 함께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키곤 했다.

요즘 역대합실은 평일이나 주말에 관계없이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여행객들로 늘 북적거린다. 고속철도가 개통된 이후 열차는 전국을 일상 생활권으로 잇는 중요한 교통수단이 된 듯하고, 나에게도 이제 열차는 더 이상 여행길의 추억이 아닌 중앙부처를 방문하는 업무길이 되었다.

실로 호남고속철도의 조기 개통은 광주U대회의 유산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 시대를 맞이하면서 접근성이 좋아져 광주·전남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톡톡한 몫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U대회는 대회시설 인프라를 부족한 시민휴식시설로 제공함으로써 시민편익을 증대시켰고, 광주의 문화적 역량 확산과 광주브랜드 가치 상승을 통해 글로벌 도시로의 면모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시는 국제 스포츠 도시로서의 경쟁력 제고와 국제적 위상 강화를 위해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성공 개최’라는 또 한 번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광주수영대회는 기존 체육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임시시설로 대체하는 등 유사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50% 수준에 불과한 사업비로 저비용 고효율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대회 유치과정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과 대회 시설기준 등에 따라 대폭 증가한 사업비로 인해 중앙부처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미온적인 자세의 중앙부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회지원 타당성에 대한 철저한 논리개발과 인내력 있는 설명과정이 필요하였고, 시장을 비롯한 간부들부터 실무담당자에 이르기까지 중앙부처를 수십 번도 넘게 찾아다녔다. 그만큼 우리시는 대회에 대한 개최의지와 절실함이 컸고, 진정성 있는 소통의 노력 결과 결국 정부의 추가 지원 약속을 이끌어냈다.

이렇게 정부와 협의된 총사업비는 지난 5월말 시의회의 동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광주시장이 3자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최종적으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어 이제부터는 중앙정부와 시의회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대회를 준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총사업비 확정으로 안정적 대회준비 기반이 마련된 한편,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주어진 총사업비 내에서 고효율 대회를 치르기 위한 절감방안 마련과 시 재정부담 완화를 위한 자체수입 확보 노력, 지역경제 파급효과 창출 방안, 지속가능한 대회유산 개발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더불어 수영대회가 스포츠인들만이 아닌 광주시민 모두의 축제로 개최될 수 있도록 시민 참여방안 마련과 시민역량을 결집해 나가는 것도 필수 과제다. 특히,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하며 이와 연계해 초등학생들의 생존수영교육을 주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광주시의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개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비평가인 토마스 카알라일은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어려움들을 헤쳐 온 과정을 디딤돌 삼아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긍정적인 마음자세로 매진한다면 또 한 번의 신화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오는 2019년 7월이면 열차는 광주를 찾아오는 수많은 선수단의 도전과 열정을 실어 나르는 희망길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대한민국 광주가 전 세계인들이 다시 찾고 싶은 향수길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