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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시립예술단, 이번엔 변할까?
박진현의 문화카페

2017. 06.14. 00:00:00

문득 오래전 진한 여운을 남긴 음악영화 한편이 떠오른다. 성격파 배우로 유명한 더스틴 호프만이 메가폰을 잡은 ‘콰르텟’(Quartett·2013년 작)이다. 당시 영화홍보사는 은퇴한 4명의 원로 예술가를 통해 황혼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한 나는 영화사가 홍보의 콘셉트를 잘못 잡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 나이를 잊은 그들의 치열한 예술혼에 더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관객을 위해 최고의 무대를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숭고함 마저 느꼈다. 예술가에게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했다.
제목 ‘콰르텟’(4중주)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은 한때 유럽 음악계를 쥐락펴락한 4명의 성악가다. 은퇴한 음악가들의 안식처인 ‘비첨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함께 스크린에 잔잔하게 펼쳐진다.
아주 오래전, 실연의 상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테너 레지, 플레이보이 기질이 다분한 베이스 윌프, 이젠 정신이 오락가락하게 된 순수한 알토 씨씨. 한때 화려한 명성을 날리며 환상의 화음을 자랑하던 전설의 오페라 가수들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현역에서 은퇴한 이들은 비첨하우스에 모여 ‘어제가 오늘 같은’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던 어느 날, 슈퍼스타 소프라노 진이 새 식구로 입주하면서 무료했던 이들의 일상에 활력이 감돈다.
인생의 3악장을 맞은 이들은 보금자리인 비첨하우스가 재정위기에 처하자 후원금 모금을 위해 갈라콘서트를 계획한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의 프리마돈나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소프라노 진의 반대 때문에 음악회는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게 된다. 그녀가 빠진 콘서트는 흥행을 보장할 수 없어 동료들은 긴 설득을 펼치고 마침내 무대에 오르게 된다. ‘콰르텟’ 공연에 관객들의 갈채가 쏟아진건 물론이다.
영화는 어쩌면 마지막 무대가 될 지 모르는 주인공들의 연습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눈은 침침하고 목소리도 예전같지 않은데다 장시간 서있기도 힘들다. 하지만 예술가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투혼을 불태운다.
앞으로 광주시립예술단 단원의 학원출강이나 개인교습을 통한 영리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최근 광주시의회가 이런 내용을 골자로 ‘광주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의결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시립단원은 영리행위에 따른 직무능률 저해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대학원 진학과 외부출강도 공연과 연습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허용된다. 이는 일부 단원이 암암리에 개인교습이나 강의를 이유로 연습을 소홀히 하는 등 시립예술단의 역량을 저해해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립예술단은 한 도시의 문화수준과 품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이 때문에 최고의 기량만이 살아 남는 공연계 풍토와 달리 일부 단원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지역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시립단원’의 자부심은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최고의 무대’에서 나온다. ‘시립’이란 타이틀에 안주하는 건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런 게’ 통하던 시대도 지났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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