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그 자체로 존엄합니다.

사람은 공동체 생활을 합니다. 공동체는 관계이고 생존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가족·학교·사회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국가와 운명을 같이하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이 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합니다. 나아가 노동을 통해서 또는 다른 성원들을 돌보는 수고로움으로 공동체의 발전과 재부의 축적에 기여합니다.

공동체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규범을 만들고 대표를 선출하여 집행하도록 합니다. 규범의 목적은 ‘모든 사람의 존엄과 행복할 권리’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엄은 ‘사람 그 자체로서의 인정받고 평등하게 대우’받을 때 지켜집니다. 또한 자존감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때 높아집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사람을 ‘목적 자체’로서의 사람으로 보다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나쁜 풍토가 지배해왔습니다.

1960년대부터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혹사당했습니다. 이렇게 이룬 사회적 부는 재벌과 권력에 돌아갔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듭니다.

2017년 오늘, 국민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사람으로서 존엄성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1994년 OECD 가입 당시 상위 10%는 전체 소득 중 30%도 안되었지만 지금은 45%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임금은 66%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50%를 웃돕니다. 언제든지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저임금노동자가 25%가 넘습니다. OECD 국가에서 최하위층에 속합니다. 한마디로 헬조선입니다.

경제성장 우선정책, 기업이 잘되어야 노동자도 잘살 수 있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로 포장된 기업우선정책, 사람을 경쟁시켜 상위 순위만 우대하는 정책이 낳은 것이 바로 ‘헬조선’입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이윤을 극대화하고,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공공기관 포함한 노동현장 곳곳에 전파하여 결국 모든 가치의 기준은 먹고살기 위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되었습니다. 소득의 차이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사람을 경쟁시켜 서열화하고 차별화하여 또다시 극한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자본의 잔인한 속성입니다.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비정규직노동자를 늘린 만큼 쌓여갑니다. 상위소득과 하위소득의 불균형은 노동자 평균임금 인상폭과 최저임금 인상금액의 차이만큼 늘어갑니다.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명제가 판을 칩니다. 그러나 이는 허구입니다. 노동에 대한 혹독한 갈취, 저임금착취를 가리는 술수로 작용하는 논리일 뿐입니다.

“노동자가 살아야 기업이 살고 경제가 산다”, “노동자의 존엄과 행복이 지켜지는 사회가 사람 사는 사회다” 큰소리로 주장합니다.

일할수록 빈곤해지는 워킹푸어층이 확대되고 부익부 빈익빈이 절대 깨트릴 수 없는 콘크리트 괴물구조물로 되어버린 사회, 삶의 질곡을 만나면 구제해줄 복지장치 하나 제대로 없는 사회에서, 다치거나 아프거나 해고되면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현실. 우리의 공동체가 사람 못살 사회로 변질하여버린 지금, 무릇 공동체가 제일 여겨야할 불변의 가치 ‘모든 사람의 존엄과 행복할 권리’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노동을 귀하게 여기고 노동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최소의 출발점, 바로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가 임금의 인상, 차별의 해소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존엄과 행복’을 회복하는 첫 번째 실천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