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주 곳곳의 마을을 순례하며 보물지도를 그려보고 싶다던 선배가 있었다. 그가 찾고자 한 보물은 무엇일까? 나 또한 꼭꼭 숨어 있는 보물들을 찾아 나섰다. 보물이라는 것이 너무나 주관적이라 각자의 몫이라 생각했다. 우선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담은 그림을 그려 보았다. 결국 보물은 마음이 움직이는 곳에 있었다. 그곳 사람들의 삶은 행복해 보였고 풍요로워 보였다. 그들이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삶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무수한 정책에 있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큰 보물이 아닐까 싶다. 좋은 보물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 정책도 그렇다. 학교나 직장 그리고 가족과 함께 걷는 푸른 길과 공원에도 있고, 가까운 일상생활 곳곳에 소중한 정책들이 숨어 있었다.

최근 개최된 제 52회 광주시민의 날 금남로시민정치페스티벌 ‘모두를 위한 광주’는 누구나 금남로에 나와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정책을 논의하고 실현해 나가는 장이었다. 특히 광주 시민 모두가 주인이고, 시민의 삶이 곧 정책이 되는 것. 그것이 시민정치 페스티벌 시민총회와 정책마켓이 추구하는 핵심가치였다. 경청과 소통 그리고 공유를 통해 광주시민 정책마켓도 문을 열었다. 정책이 논의되는 장, 시민들의 제안이 곧 정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금남로 시민정치 페스티벌 ‘모두를 위한 광주’가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에 대해 스스로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정책이란 정부나 정치단체, 개인 등이 정치적인 목적을 실현하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취하는 방침이나 수단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시작은 세상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마켓이 품고 있는 문제의식은 무엇일까? 문제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들이 서로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다. 행정은 듣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 자체를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이다.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시민이다. 무엇보다 행정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정책마켓은 정책을 매개로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마켓, 즉 정책 공론장이어야 한다. 정책마켓은 이번 첫 번째 성과를 이어받고, 정책을 매개로 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마켓으로 나아가는 첫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

광주는 다양한 정책 관련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계기로 시민들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듣고, 모으고, 담아내고, 공유하고, 확산하는 정책공론장의 운영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와 교류를 기반으로 더 나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론의 장은 무엇보다 자발성과 지속성을 전제로 한 시민들의 참여가 활성화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공론의 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시작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지향점은 당장 이루어지는 것이 어렵더라도 정책마켓이 열리는 동안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시민의 날 행사가 이틀에 걸쳐 열린 것은 1966년 개최 이후 처음이다.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TF와 시민기획단을 15회에 운영했다. 희망을 꿈꾸고 행동하는 선배들과 함께 했던 자리가 과분하면서도 내게 가치 있는 삶을 선사한 느낌이여서 좋았다. 마흔의 강을 건너가는 길이 참으로 행복하게 느껴졌다. 틀 안에서 벗어나 좋은 정책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세상과 함께 가치 있게 걷고 싶어진다. 감사한 일이 많아질수록 삶은 더욱 깊고 따뜻해진다. 모든 시민이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