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진 화가]100세 시대 또 다른 삶을 찾아서
2017년 05월 29일(월) 00:00 가가
녹음이 푸르른 요즈음 일주일에 두 번 이른 아침이면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광양 평생교육관으로 향한다. 수강생 평균 연령대는 60대 후반. 보통 퇴직하시거나, 젊어서는 경제적으로 또는 직장생활, 가족부양 때문에 못 이룬 꿈을 위해 뒤 늦게 남아 100세 시대의 제2의 삶의 현장에서 오늘 하루도 모두들 열심히 사신다.
내가 하는 서양화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수, 금요일 오전 수업이다. 가끔 비가 많이 오거나 겨울에는 너무 추워 나조차도 일어나기 힘들 때도 있지만 단 한 번 지각도, 결석도 없이 한 학기 내내 개근하시는 수강생들을 볼 때마다 많이 배우는 중이며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일주일 수업이 기다려진다. 그래서 오늘도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광양 평생교육관으로 향한다.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갈수록 팍팍해지는 생활에 도대체 여유라고는 찾기 힘든 요즈음 뜨거운 열정 하나만으로 그림에 임하시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며 마음 또한 겸손하고 평안하게 해준다. 각자의 삶 속에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삶의 무게에 이제는 조금 쉬셔도 될 법하건만 바쁜 일상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늘 갈망하며 겸손히 묵묵히 교육관에 다니신다. 평생 배움으로 채워가는 수강생들을 보며 나 또한 삶의 이정표가 생기곤 한다. 수강생들의 나이 즈음에 꼭 닮고 싶은 모습이다.
봄, 가을 학기 1년에 두 번의 학기로 교육과정이 짜여 있는 데 강의는 일반 대학처럼 15∼16주 정도 편성돼 있다. 졸업이 없는, 말 그대로 평생교육이다.
광양에서는 교육관 문턱이 높기로 소문이 자자하단다. 그만큼 배움에 목마른 수강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강 신청 공고가 나면 (나이 드신 분들을 배려해 일반 접수) 이른 새벽 줄서기는 기본이요. 인터넷접속은 마비될 지경이고, 마감 또한 빛의 속도로 되기에 자식들 혹은 손자 손녀들도 신청기간만큼은 바쁘다 한다.
수강생들의 수업 분위기를 잠시 스케치해본다. K선생님은 학교 교장선생님으로 퇴직하시고 교육관에 다니시는 분이다. 처음엔 K교장 선생님 혼자 다니시다가 지금은 부부가 같이 교육관에 다니신다. 부부간에 공통된 취미를 갖고 계신다는 이유만으로도 수강생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또한, 70세에, 고희(古稀)전을 같이 하시고 싶어 열심히 다니신단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 건지….
광양 포스코와 연관된 개인 사업을 하시는 A선생님은 중학교 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인연으로 다시금 교육관 문을 몇십 년 만에 두드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림이기에 사업스케줄이 너무 바빠 힘드실 텐데도 시간을 쪼개 단 삼십 분을 하더라도 이른 아침 교육관 서양화 강의실 문을 제일 먼저 열어주신다. 작품 또한 일취월장 하시고….
이번 학기에 처음 들어오신 신입 6명도 빼놓을 수 없다. 여고생 소녀 같은 선생님들이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지난 학기부터 배우신 L선생님 조금 불안해하실 정도다.
지긋이 나이 들어 손자, 손녀들 커 가는 모습을 그려주고 싶어 다니신다는 P선생님. 지병으로 몸이 편찮으셔 병원 약을 달고 사시면서도 생애 마지막을 그림 그리면서 맞이하시고 싶다는 J선생님의 말씀은 가슴 시리다. 한동안 먹먹한 마음에 숨조차 쉴 수가 없었고 겨우 마음을 추슬러 수업이 끝난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이렇듯 제2의 삶을 위해 각각의 모든 수강생들이 본인의 목표에 행복을 더해 묵묵히
따뜻하고 인심 좋은 광양 교육관에서 한데 어울려 그림을 그린다.
“만일 밀러의 비너스에 양팔이 다 있다면 아마 루브르 미술관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팔이 없는 쪽이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유럽 미술관에 종종 팔도 다리 없고, 목조차도 없는 몸통만 있는 토르소가 진열되어 있는데 이것에서 암시를 받은 근대의 조각가들은 처음부터 목, 팔, 다리가 없는 흉부 상만을 많이 조각했다. 이것은 이른바 부분이기 때문에 한층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회화의 경우에 일부분을 모 사하다 보면 그 그림이 좋은 것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토르소는 이른바 독립된 부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있는 인체에서 받는 것보다도 느낌이 선명하다. 훨씬 더 확실하게 토르소에서 인체의 아름다움을 본다.
완전함은 종종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더 좋은 아름다움이 없어지고 오히려 하나의 한정에 머물러 여운을 잃게 되는데 이것은 자유로움이 제한되는 일이기도 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샘물과 같아서 파헤쳐도 다 팔 수 없는 것으로 다시금 그 가운데서 솟아난다. 즉 한정되지 않는 자유가 남으면 이것이 미적(美的)감각을 한층 자아낸다. 바꿔 말하면 아름다운 물건이란 보는 사람의 마을을 끝없이 상상으로 불러낸다. 보는 사람을 창작가로 만들기 때문에 그러한 작품이야말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기리고 싶어진다.
내가 하는 서양화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수, 금요일 오전 수업이다. 가끔 비가 많이 오거나 겨울에는 너무 추워 나조차도 일어나기 힘들 때도 있지만 단 한 번 지각도, 결석도 없이 한 학기 내내 개근하시는 수강생들을 볼 때마다 많이 배우는 중이며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일주일 수업이 기다려진다. 그래서 오늘도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광양 평생교육관으로 향한다.
광양에서는 교육관 문턱이 높기로 소문이 자자하단다. 그만큼 배움에 목마른 수강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강 신청 공고가 나면 (나이 드신 분들을 배려해 일반 접수) 이른 새벽 줄서기는 기본이요. 인터넷접속은 마비될 지경이고, 마감 또한 빛의 속도로 되기에 자식들 혹은 손자 손녀들도 신청기간만큼은 바쁘다 한다.
광양 포스코와 연관된 개인 사업을 하시는 A선생님은 중학교 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인연으로 다시금 교육관 문을 몇십 년 만에 두드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림이기에 사업스케줄이 너무 바빠 힘드실 텐데도 시간을 쪼개 단 삼십 분을 하더라도 이른 아침 교육관 서양화 강의실 문을 제일 먼저 열어주신다. 작품 또한 일취월장 하시고….
이번 학기에 처음 들어오신 신입 6명도 빼놓을 수 없다. 여고생 소녀 같은 선생님들이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지난 학기부터 배우신 L선생님 조금 불안해하실 정도다.
지긋이 나이 들어 손자, 손녀들 커 가는 모습을 그려주고 싶어 다니신다는 P선생님. 지병으로 몸이 편찮으셔 병원 약을 달고 사시면서도 생애 마지막을 그림 그리면서 맞이하시고 싶다는 J선생님의 말씀은 가슴 시리다. 한동안 먹먹한 마음에 숨조차 쉴 수가 없었고 겨우 마음을 추슬러 수업이 끝난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이렇듯 제2의 삶을 위해 각각의 모든 수강생들이 본인의 목표에 행복을 더해 묵묵히
따뜻하고 인심 좋은 광양 교육관에서 한데 어울려 그림을 그린다.
“만일 밀러의 비너스에 양팔이 다 있다면 아마 루브르 미술관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팔이 없는 쪽이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다.
유럽 미술관에 종종 팔도 다리 없고, 목조차도 없는 몸통만 있는 토르소가 진열되어 있는데 이것에서 암시를 받은 근대의 조각가들은 처음부터 목, 팔, 다리가 없는 흉부 상만을 많이 조각했다. 이것은 이른바 부분이기 때문에 한층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회화의 경우에 일부분을 모 사하다 보면 그 그림이 좋은 것임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토르소는 이른바 독립된 부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있는 인체에서 받는 것보다도 느낌이 선명하다. 훨씬 더 확실하게 토르소에서 인체의 아름다움을 본다.
완전함은 종종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더 좋은 아름다움이 없어지고 오히려 하나의 한정에 머물러 여운을 잃게 되는데 이것은 자유로움이 제한되는 일이기도 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샘물과 같아서 파헤쳐도 다 팔 수 없는 것으로 다시금 그 가운데서 솟아난다. 즉 한정되지 않는 자유가 남으면 이것이 미적(美的)감각을 한층 자아낸다. 바꿔 말하면 아름다운 물건이란 보는 사람의 마을을 끝없이 상상으로 불러낸다. 보는 사람을 창작가로 만들기 때문에 그러한 작품이야말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기리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