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특별한 날이 많은 달이다. 3일 석가탄신일(음력 4월 8일),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성년의 날,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21일 부부의 날 등 기념해야 할 날이 참 많고도 바쁜 달이기도 하다. 특히, 5월이 여느 달보다 포근하고 성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가정의 달이기 때문이다. 가정은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최소기구다. 국가, 사회, 개인의 행복은 가정에서 비롯되고, 그런 가정의 중심축이 바로 부부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인연경(因緣經)에서 “오백 겁(劫)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이 한번 스치고, 일천 겁의 인연은 같은 나라에 태어나게 하고, 삼천 겁이면 하룻밤을 함께 묵게 되고, 오천 겁이면 한 동네에 살게 하며, 칠천 겁이면 한 집에 태어나 살게 하고, 팔천 겁이 되어야 부부의 연이 맺어 진다”고 했다.

1겁(劫)은 세상이 한번 만들어졌다가 사라진 후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 즉, 몇 억만년의 시간인데 무려 팔천 겁의 인연이 있는 부부는 얼마나 깊고 깊은 인연일까?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이 날은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부부의 날’은 첫 주창자인 권재도 목사가 어린이 날, “우리 엄마·아빠가 함께 사는 게 소원이에요”라는 한 어린이의 TV인터뷰를 보며 충격을 받아 1995년 5월 21일 ‘부부의 날’ 운동을 시작한 이후 2003년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에서 의결되면서 2007년 법정 기념일로 제정됐다.

비록 우리나라가 3분의 1에 가까운 부부가 이혼을 하는 등(2015년 기준, 통계청 발표) 세계에서 손꼽히는 이혼율로 국가적 불명예를 얻고 있고 젊은 층의 이혼분위기가 노년층에게까지 이어져 ‘황혼이혼’이란 신조어를 만드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평소 애정 표현이 서투르고 어색하다면 ‘부부의 날’ 장미꽃을 선물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남편은 아내에게 정열의 표시로 붉은 장미를, 아내는 남편에게 사랑과 존중의 표시로 분홍 장미를 선물하며 부부간의 사랑 고백과 나눔의 시간을 갖고 연애시절의 애틋한 마음을 되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또 한 가지 팁(Tip)이 있다면 배우자에게 서로 편지를 써보자. 오해가 생기기 쉬운 즉흥적인 백 마디 말보다 자신의 감정을 담담하게 적은 편지 한 장이 부부사이에 쌓인 장벽을 허물어 줄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를 통해 만난 유명 연예인의 결혼발표에 사회가 떠들썩했다. 그들은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이하여 혼인신고를 하고, 화려함으로 포장된 결혼식 대신 가까운 일가친척들만 모시고 조촐한 식사로 대체하고 그 비용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바람직한 가치관을 가진 예비부부의 탄생이 화제가 된 5월 21일, 이들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서로 하나 되었던 그날의 마음으로 돈독한 부부사랑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중심축인 가정에 ‘부부’라는 튼실한 울타리가 오래오래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성스러운 5월 21일은 광주사람에게는 더 깊은 의미가 있는 날이다. 1980년 5월 당시, 무장한 시민군이 옛 전남도청(광주시 동구 광산동 일원)에 입성한 날로서, 계엄군의 집단발포에 맞서 목숨을 걸고 민주 성지를 지켜낸 그들의 희생정신과 그렇게 이루어 낸 민주사회를 잊지 않기 위해 광주시는 2010년부터 ‘광주 시민의 날’로 지정했다.

부부의 날이자 많은 가족을 잃은 아픈 광주시민의 날, 5월 21일을 맞아 부부끼리 가까운 공원이나 5·18기념문화관 등을 찾아 산책하며 1980년 5월 광주시민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나들이 계획을 세워보길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