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방정환은 1923년 3월 색동회라는 단체를 만들고 ‘어린이’라는 잡지를 창간했다. 색동회는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한 뒤에 기념 행사를 열었다. 기념 행사의 표어는 “희망을 살리자, 내일을 살리자”와 “잘 살려면 어린이를 위하라”였다. 어린이가 미래의 희망임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로 95회째 어린이날을 맞는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지금의 어린이날이라면 과연 필요한지 되짚어볼 필요도 있겠다.

솔직히 말해 우리 사회 어린이날은 누구를 위한 어린이날인지 잘 모르겠다. 언뜻 보면 세상이 어린이를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한 듯 보이기도 하다. 어린이를 위한 행사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백화점에는 어린이날 선물이 즐비하고 놀이공원들도 대규모 어린이 손님을 맞을 준비에 한창 들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따지고 보면 어린이는 어디까지나 어른들이 마련해 놓은 각종 소비재의 주 객체가 되었을 뿐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를 위해 만든 그 기본정신은 실종 된지 오래되었고 상업주의에 온통 휩쓸려 선물과 함께 즐겁게 하루 노는 날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오늘의 어린이날을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한 대목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요해졌고 교육 환경도 나아졌다. 그렇지만 요즘 어린이들이 더 행복하다는 증거는 없다. 결식 아동이 전국적으로 수십 만명에 이르고 부모이혼으로 상처입은 아이들이 수천 명이다. 해마다 아동학대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2016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30명에 이른다.

그뿐만 아니다. 오늘도 초등생 대다수는 하교 후에도 학원을 오가며 10시간 이상 책상에 붙잡혀 있다. 한창 커야할 나이임에도 하루 8시간도 못 자는 심각한 수면 부족에 시달리기도 한다. 대부분 어른들의 이기심에 어린이 인권은 실종돼버린 형국이다.

어린이는 21세기 글로벌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야 할 잠재적 뉴리더들이다. 자존감이 높고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가진 뉴리더로 성장해야 하고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존감도 가져야 한다. 지구촌 곳곳의 어려운 이웃들과도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글로벌 리더로서 바르게 성장시켜야 한다.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또래들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은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상대방과의 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해도, 자신이 가진 생각과 뜻, 의도를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소통은 자신의 생각, 말, 행동을 통해서 상대방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기에, 따라서 어린이기부터 상대방과 올바르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리더십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글로벌 리더로 가져야할 자질의 출발은 결국 건강한 가정이다. 어린이 스스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려면 그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권리의 주체로 인정해주는 부모들의 의식개선이 필요하다.

어린이날을 맞아 오늘 하루 아이들이 원하는 물질적 제공으로 끝낼 게 아니라 뉴리더로서 밝고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어린이로 키울 것을 다짐해보면 어떨까?

어린이날 단 하루가 아닌 날마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나는 새처럼, 활짝 핀 꽃처럼, 달리는 시냇물처럼 환하고 행복한 웃음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