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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2017. 04.26. 00:00:00

지난해 4월23일 저녁, 영국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의 로얄셰익스피어컴퍼니. 칠순을 앞둔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등장,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를 읊었다. BBC가 영국 전역에 생중계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 기념행사에는 주디 덴치, 이언 매컬런 등 영국 출신 명배우들이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가운데 한 장면들을 선보였다.
당시 영국을 방문중인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날 오전 런던 중심가에 자리한 글로브(Globe) 극장에서 ‘햄릿’의 일부분을 감상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TV뉴스에 등장한 오바마의 모습은 영국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글로브극장 내부와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던 오바마의 감회 깊은 얼굴 때문이었다. 아마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기했던 고교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서였는지 모르겠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쁜 공식일정에도 공연장을 찾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바마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셰익스피어의 열혈팬이다. 그는 퇴임 직전 뉴욕타임스와의 고별인터뷰에서 “재임 8년 동안 나의 시금석이 된 책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는 미국사회에 큰 화제가 됐다. 마지막 인터뷰를 백악관 출입기자가 아닌 서평 전문기자와 만나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그는 “(녹록치 않은) 백악관 생활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독서였다”며 “매일 잠들기 전 한시간씩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책을 읽었다”고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책을 가까이 한 대통령들이 많았다. 지난 2010년 출간된 ‘대통령의 독서법’(최진 著)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 8명의 독서법이 잘 나타나 있다. 책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상상을 초월하는 독서광이다.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6년간의 투옥기간과 학력 콤플렉스까지 겹쳐 독서에 몰입했다고 한다.
고 김영삼 대통령은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알맹이를 뽑아 현실에 적용하는 실속형 도서가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화끈한 성격처럼 왕성한 지적 호기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한 다독가였다.
최근 국내 단행본 출판사들의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가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출판인회의는 출판문화 진흥과 책을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 일환으로 유력 대선후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를 만들어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또한 ‘책 읽는 대통령, 책이 문화정책의 기본인 나라’를 주제로 각 후보들에게 책 관련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23일은 1995년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었다. 책 읽는 사회를 위해 ‘대통령 마케팅’까지 등장한 우리의 ‘웃픈’ 현실이 씁쓸하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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