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은 고통의 계절마다 중병 앓이를 하며 보낸 지난 3년. 이제는 벚꽃 경선과 장미꽃이 찬란하게 피어나는 오월에 이른바 장미 전쟁이 시작되었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결정되어가고 본격적인 본선이 다가오고 있다. 촛불을 통해 이루어낸 대선인 만큼 국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며 더 깊이 고민하면서 대선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부족하지만, 몇 가지 제안을 드리겠다.

첫째,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개헌을 위해 당사자인 대통령 후보가 먼저 적극 나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구속까지 더해져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운명이 참 불행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하고 망명길에 올랐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총탄에 쓰러졌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도 구속되었으며,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자녀가 구속되는 상황을 겪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인생을 마감하였고,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임기를 마감하였으나, 아직 냉혹한 평가가 남아있다. 다만 최순실 국정농단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이러한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에게 너무나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강한 권한을 무리하게 행사하다가 탈이 났었고, 비선과 측근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 대통령 역시 구조적인 틀을 바꾸지 않으면 불행한 역사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상황의 개헌은 현실적으로 대선 이후에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당선된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 축소에 나서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대선 공약으로 분권형 대통령제나, 대통령 중임제, 또는 책임 총리제,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 등 개헌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 집중의 권한 분산이 오히려 자신뿐만 아니라, 다음 국가 최고지도자들에게도 원활한 국가 통치의 길을 터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수도를 세종시로 하는 개헌을 대선 주요 공약으로 담아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는 서울에 있고 일하는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시에 있는 상황은 업무의 비효율성으로 심각한 국가적 낭비를 낳고 있다. 대한민국은 더구나 분단 국가로서 전쟁이나 대지진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이 온다면 수도 서울은 마비와 혼돈에 빠질 것이다.

수도 이전은 개헌을 통해 헌법에 담아야할 내용이기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이미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여러 정치적 이해 관계 속에서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심각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대통령이 당선되어 내각이나 비서진이 구성되기 전, 즉 대선 전에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에 대한 확실한 공약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수도와 청와대 이전은 이번 대선에서 공약으로 발표하는 것이 골든타임이다.

셋째, 아파트 공동체 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와 공약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많은 인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개별화된 아파트의 특성상 공동체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어,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전국 지자체 단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획기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대안으로 신규 아파트를 짓는 경우나 기존 아파트들이 아파트 1층 공간을 공동체 공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는 제도와 예산 지원을 통해 장려하거나, 건설 업체에도 다양한 지원 대책을 세워 적극 권장하는 것이다.

아파트 1층 공간이 공동체 커뮤니티공간으로, 육아시설, 도서관, 공부방, 공예실 등으로 변해갈 때 자연스럽게 아파트공동체 문화, 지역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40여 일 남은 대선운동 기간이 대한민국의 축제가 되면 좋겠다. 이러한 정책제안의 노력이 지역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국민도 미래 대한민국의 설계를 위한 아이디어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져 지역이 살아나고 다시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활력이 넘쳐나면 좋겠다. 온 국민이 고단한 시기를 거쳐 만든 소중한 대선 기간 동안 따사로운 봄 햇빛처럼 찬란한 정치문화를 다시 꽃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