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883년 3월 24일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가 결핵균을 발견한 지 100주년 되던 해인 1982년에 결핵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 결핵의 날’을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부터 매년 3월 24일을 ‘결핵예방의 날’로 지정해 결핵 발생률을 낮추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결핵은 기원전 7000년 선사시대 사람의 뼈에도 그 흔적이 있을 정도로 인류 역사상 아주 오래된 질병이며, 가장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감염병이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전염되는 감염성 질환으로 기침, 가래, 발열 등의 증상을 동반하고,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1년 내에 환자의 30% 이상이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천재작곡가 쇼팽은 성인기 내내 결핵을 앓았고, ‘날개’의 작가 이상이나 ‘동백꽃’, ‘봄봄’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유정 또한 20대에 결핵으로 요절했다.

WHO 자료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3분의1이 결핵균에 감염된 상태로 추정되며, 2015년 기준 세계적으로 1년에 1000만 여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18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에 100명꼴로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6명 정도가 결핵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도 국내 총 결핵환자 4만847명 중 34.5%(1만4104명)가 생산연령층인 20∼40대로, 장기치료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도 연간 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5년 5월 국내에 처음 유입되어 국가적 비상사태를 초래했던 메르스(현재까지 확진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와 비교해 볼 때 국내에서 매년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의 54배에 가까운 20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결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결핵은 이처럼 무서운 질병이지만 1950년 이후 항결핵제가 개발, 보급되면서부터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환자 대부분 완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높은 경제·의료수준에도 불구하고 1996년부터 20년째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에 걸친 결핵에 대한 인식부족, 즉 안이함과 무관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핵은 환자의 기침, 재채기 또는 대화 등을 통해 배출된 결핵균이 공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므로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결핵의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해 환자 대부분이 결핵 감염을 모르고 돌아다니며 균을 퍼뜨리게 되므로, 2주 이상 기침, 발열,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결핵을 의심하고 즉시 흉부 X-ray 및 객담검사 등 진단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결핵은 또한 최초 치료가 가장 중요하며 최소 6개월 이상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약을 1∼2개월 복용하면 기침 가래와 같은 증상이 호전돼 완치된 것으로 생각하여 투약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결핵균은 아주 서서히 자라고 약에 대한 내성이 잘 발생하기 때문에 최초 치료 시 최소 6개월간 결핵약을 복용하여 서서히 자라는 결핵균들까지 모두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정부에서는 잠복단계의 결핵균 발견과 발병 전 치료를 통해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결핵 안심국가 실행계획”을 수립,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국가 정책과 더불어 결핵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결핵예방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도 강조된다.

생후 1개월 이내에 결핵예방을 위해 BCG 접종을 하고, 결핵이 면역력과 관련 있는 만큼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영양섭취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경우 휴지나 옷소매 위쪽으로 입과 코를 가리는 배려도 필요하다.

3월 24일 결핵예방의 날을 맞아 모든 시민이 결핵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결핵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예방법 실천을 통해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사망률 1위라는 부끄러운 굴레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