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고 봄을 맞는다는 ‘우수’(雨水)가 지나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도 지났지만 우리네 가슴 속은 아직 시린 겨울날을 걷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엊그제 홍매화가 만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곧 겨우내 얼었던 땅도 녹고 만물이 생동하는 찬란한 봄을 느끼고 목격하게 될 것이다.

예로부터 문학인들은 ‘올곧지만 가난한 선비’로 지칭되어 왔다. 그렇듯이 우리 문학인들은 좋은 문학 작품을 창작하고 그 작품들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과 공간이 다양하게 마련된다면 우리 후손들이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혼돈 속에서도 지혜와 역량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문화적 기초인 한국문학은 혼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우리 지역만 보더라도 문화수도 광주에 “문화는 있고 문학은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으니 문학인들과 시민들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립한국문학관’과 ‘빛고을문학관’ 건립의 좌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선 지난해 한국문단과 지자체들을 뜨겁게 달궜던 ‘국립한국문학관’ 공모 사업을 보자. 위기의 한국문학과 문단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자 도종환 국회의원 발의로 제정된 ‘문학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450억 원을 들여 2019년 개관을 목표로 공모에 나섰다.

이에 광주시 동구와 광산구 등 전국 24개 지자체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법이 제정되는 과정과 문학관 공모에 따른 절차와 심사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을 위한 충분한 여론 수렴이나 검토가 없었고, 지자체 간 과열 경쟁으로 인한 심사의 공정성 확보 문제가 언론 등에 의해 지적되면서 ‘국립한국문학관’ 사업 공모는 결국 백지화되었다.

광주 역시 ‘빛고을문학관’ 건립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문인들과 관계자들이 노력했으나 결국 의견을 통합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사유로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딛고 다시 ‘빛고을문학관’ 건립을 차분하고 착실히 추진해야 할 때다.

과거 잘못 채워진 단추를 풀고 다시 첫 단추를 올바로 끼우면서 하나하나 이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광주문인협회 700여 회원 등 1000여 명의 문학인들은 바람직한 의견을 모아 대통합을 이룩해 내고자 한다.

그 첫걸음으로 우리 문인협회는 문단의 원로와 학계·언론계 그리고 광주광역시 관계자들로 구성된 가칭 ‘광주문학관 건립추진 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공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광주광역시와 상호 협력하여 중앙정부 및 국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문학관이 건립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올해를 문학 융성의 원년으로 만들 계획이다. 문화 융성을 위한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각계각층의 의견이 모아지면 문학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광주정신을 계승하는 주체 세력으로서의 광주 문학이 우뚝 설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