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무등산 천왕봉에서 해맞이 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런 바램은 이루지 못하고 중머리재에 머물고 말았다. 무등산 정상이 광주시민의 품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당 최남선은 무등산의 ‘정상 삼봉’(頂上三峯)을 이렇게 읊었다.

“오르고 또 오르며 높다 하지 아니키는/ 다 닫는 거기가 곧 하늘일 줄 여겼더니/ 구름은 발 아래언마는 해가 위에 있더라// 펴다 만 손바닥이 나주평야 한 뜰이오/ 빨아 널은 허리띠가 영산강 흐름인데/ 저 앞에 두터비 집을 송광이라 하더라.”

무등산은 지도상 동경126°56′-127°03′, 북위 35°05′-35°10′에 자리하고 있다. 소백산맥의 한줄기가 지리산에서 나와 곡성 통명산, 국사봉, 설산으로 이어지다가 광주에서 크게 꿈틀거리며 일어선 것이 무등산이다.

둥글고 두텁고 다숩고 덕스러운 산, 그러면서도 지축으로부터 솟아나온 웅장하고 아름다운 입석, 서석은 광주시민의 곧은 기개이며 양심이다. 이성계의 왕명을 거역했다는 무등산신(無等山神)…. 예로부터 이 고장 불교신앙 중심지로서 도교와 성리학의 보금자리로서, 조선조 가사문학의 산실로서, 또 장렬했던 구국열사의 발자취가 역역한 역사의 보고로서 무등산은 우리마음의 양식이며 희망이며 빛을 뿜어내는 광주의 진산(鎭山)이다.

그동안 시민과 무등산 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무등산 정상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시민운동이 지속적으로 있었으나, 서남부 대공방어 목적으로 1966년부터 설치된 군사시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나 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5월 무등산을 등반하면서 방공포대 이전을 군장비 현대화사업과 병행해 이전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후 무등산 정상개방 행사를 시행하면서 시민의 열망은 더욱 확산되었다. 2015년 12월 국방부는 광주시와 군부대 이전협약을 체결하고 이전 대상지가 확정되면 전격적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

민선6기 윤장현 시장은 무등산 정상 군부대 이전을 시민합의에 의한 전향적 추진을 서두르고 있으나 해당지역 주민의 입장차이가 있는 만큼, 상호간 상생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에 놓여있다. 광주시는 무등산을 국내 여섯 번째 국가지질공원 인증획득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에 국제지질과학연합(IUGS)에서 서류심사를 마치고, 5월에는 유네스코 현장 평가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무등산 권역과 광주호 주변의 자연환경과 가사문학 등 향토관광 자원을 활용한 무등산 남도피아 조성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담양, 화순 등 지방자치단체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에 선정되어 올해 국비 37억을 확보했다. 이제 무등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광주미래를 약속해야 한다.

광주는 무등산 아래 있고 무등산은 광주에 있다. 무등산은 시민의 마음속에 있고 시민은 무등산을 꿈꾼다. 우리는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며 노래했던 허연 시인의 ‘무등노래’를 같이 불러야 한다.

“여기 당신의 가슴에 귀를 세우면/ 은은히 들려오는 내 조국의 비바람소리/ 고함쳐 부르면 구만리 통하는/ 아, 푸른 메아리여/ (중략…)/ 사랑하는 어머니, 무등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