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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반갑다! 하정웅 미술관

2017. 03.01. 00:00:00

서울 덕수궁 인근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을 방문할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미술관 2층에 꾸며진 ‘천경자 갤러리’이다. 그동안 얼추 3∼4번 둘러본 것 같은데 그때마다 감동의 지점이 달랐었다. 어떤 날은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년 작)에 필이 꽂혔는가(?) 하면 다른 날은 그녀의 화구(畵具) 앞에서 발길이 떠나지 않았었다.
천경자(1924∼2015)화백의 컬렉션이 서울시립미술관에 둥지를 틀게 된 건 그녀의 기증 덕분이다. 고흥출신인 천 화백은 서울시가 자신의 ‘분신’들을 잘 챙겨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지난 1998년 작품 93점을 내놓았다. 그녀의 믿음대로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2002년 국내 미술관으로는 처음으로 작가의 이름을 딴 70평 규모의 갤러리와 전담 학예사를 배치하는 등 ‘VIP 예우’로 보답했다. 또한 매년 상설기획전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그녀의 예술세계를 널리 알리는 문화명소로 키우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 천경자 컬렉션이 있다면 광주시립미술관에는 ‘하정웅 컬렉션’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컬렉션의 위상은 사뭇 다르다.
물론 미술품의 경중을 따진다는 게 적절치 않지만 적어도 인지도 만큼은 ‘극과 극’이다. 천경자 컬렉션이 국내외에서 ‘통하는’ 브랜드인데 반해 하정웅 컬렉션은 광주시민들 조차 ‘존재’를 아는 사람이 적어서다.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그 작품들이 미술사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충분히 조명되지 않은 탓이다.
하정웅 컬렉션은 영암출신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77·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씨가 지난 93년 212점을 시작으로 20여 년에 걸쳐 광주시에 무상으로 기증한 2536점의 미술품이다. 이는 광주시립미술관의 총 소장품 4643점 가운데 60%에 이른다. 하씨의 기증 덕분에 광주시립미술관은 국내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여인상’, 살바도르 달리의 ‘초봄의 나날들’, 앤디 워홀의 ‘모택동’은 미술사적 가치가 큰 작품이다. 특히 일본 모노파(物派)의 창시자인 재일교포 이우환(78)화백의 ‘선으로부터’ 등 1970∼2010년대 작품 36점과 벤샨 등 외국작가들의 인권을 주제로 한 작품은 하정웅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다.
드디어 광주에 하정웅 컬렉션을 상설 전시하는 ‘하정웅 미술관’(옛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이 오는 3일 문을 연다. 하씨가 광주와 인연을 맺은 지 꼭 24년 만의 일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하정웅 컬렉션의 진수를 연중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탄생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마침 개관 기념으로 이우환 화백의 40년 예술적 발자취를 조명하는 ‘이우환’전(3월3∼6월25일)이 열린다. 이 화백은 소더비, 크리스티 등 국제 경매시장에서 수십억 원에 거래되는 세계적인 작가다.
새봄이 오는 길목, 모처럼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면 어떨까. 분명 그 어느 해보다 화사하고 특별한 봄나들이로 기억될 것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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