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전 연합뉴스 광주전남 지사장] 발포 명령자는 누구냐?
2017년 02월 27일(월) 00:00 가가
1980년 5월 광주는 잿빛, 아니 핏빛 세상이었다.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몸이 떨리는 공포와 분노, 한을 안겨주는데, 하물며 그것을 두 눈 똑바로 뜨고 기록해야 하는 사진기자에게는 하루하루가 사선을 넘나드는 나날이었다.
나는 수년간 계엄군의 만행 등이 담긴 중요한 필름을 우리 집 천장 속에 숨겨 두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광주의 진실을 국내외에 밝히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그러다 1987년, 전두환 정부 때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 소속 신부님 등이 5월 관련 책을 내야겠다고 나를 찾아왔다. 결국, 계엄군이 무고한 시민들을 곤봉으로 내려치는 장면 등 그날 그 현장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정평위는 제공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5월 항쟁 사진집 ‘오월 광주!’를 만들어, 전국에 있는 천주교회를 통해 배포했다. 5월 항쟁 사진집이 나오고 전시회를 한 때가 바로 전두환 대통령 때다. 이 일을 계기로, 광주항쟁을 취재했던 다른 신문사 기자들의 사진들도 속속 공개되었고,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발포 명령자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05년 12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꾸려졌다. 위원회는 광주의 진실과 발포 명령자를 밝혀내지 못한 채 정권이 바뀌면서 2010년 폐지됐다.
5월 21일 낮 12시 40분께다. 동구 금남로 1가 YMCA 앞에서 방어벽을 친 계엄군은 시민과 학생들에 의해 분수대를 넘어 전남도청 정문 앞까지 밀려났다. 이때였다. 나는 전일빌딩 9층에서 숨어서 취재를 하다 위험을 느끼고 전남도청 정문 앞으로 갔다. 카메라는 옷 속에 숨기고 정보 형사처럼 행세하고 대치하는 공수부대원 사이로 갔다.
공수부대 차 모 대위가 통신병한테, “발포 명령 어떻게 된 거야?” 하고 다그치는 소리를 내가 분명히 들었다. 그러고 10분 후, “발포 명령 떨어졌습니다”라며 통신병이 큰소리로 차 대위한테 보고하자 그대로 시민들을 향해 발포가 시작됐다. 민간인으로는 유일하게 내가 ‘발포 명령’이라는 말을 직접 들었는데도 아직까지 발포명령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차 대위는 이날 시내를 빠져 나가면서 우리 군인들끼리 오인사격으로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광주시가 2009년 5·18 민중항쟁 제29주년을 맞아, 항쟁 당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을 집계해서 발표했다. 사망자가 163명, 행방불명자가 166명, 부상 뒤 숨진 사람이 101명, 부상자가 3139명, 구속 및 구금, 기타 피해자 등을 포함해 총 5189명이다. 진압 경찰 및 군인 등의 사망자는 경찰 4명, 군인 22명으로, 이들은 1980년 6월 21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광주의 진실은 아직도 미궁 속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더 이상 밝혀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남아 있지만, 오늘날 5월 광주항쟁이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때 그 자리를 지키고 기록했던 사진기자들의 역할도 작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1988년 국회 광주청문회 때는 항쟁 사진을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하여 당시 계엄군 장교로부터 자백을 많이 받아냈다. 2001년에는 항쟁 당시 진압에 참가했던 공수부대원이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 암매장했다는 사실을 양심선언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2011년에는 취재 필름 등의 5·18기록물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세계가 인정하는 광주민중항쟁으로 명명되고 널리 알려지게 됐다.
광주 지역에서만 전시되던 5·18 사진들이, 2013년 5월에는 5·18 33주년을 맞아 부산 해운대의 ‘고운사진미술관’에서 3개월간 전시되었다. 사진전에 온 많은 부산 시민들이 80년 당시 광주 시민들이 이렇게 많이 희생되었느냐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사진은 기록이다. 특히 흑백필름은 거짓이 없다. 기록은 기억을 앞선다. ‘고운사진미술관’은 자매결연을 한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 다섯 나라에서도 차례로 5·18 사진전을 가질 계획이다.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는 2015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대한민국 민주화의 길’이란 주제로 ‘4·19 의거’와 ‘5·18 광주민중항쟁’, ‘6·10 민주항쟁’ 관련 사진을 전시했다. 이처럼 5·18 민중항쟁이 국가기관의 하나인 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08년 5월 항쟁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대표적인 영화로 ‘꽃잎’ ‘화려한 휴가’ 가 있다. 올해는 ‘임을 위한 행진곡’ 영화도 만들고 있다. 진실은 더딜는지 모르나, 언젠가는 밝혀지게 되어 있다. 이게 진리다. 발포명령자도 밝혀지리라 믿는다. 1980년 5월, 꽃잎처럼 스러져간 젊은이들의 귀한 영령 앞에 두 손 모아 명복을 빈다.
나는 수년간 계엄군의 만행 등이 담긴 중요한 필름을 우리 집 천장 속에 숨겨 두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광주의 진실을 국내외에 밝히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그러다 1987년, 전두환 정부 때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 소속 신부님 등이 5월 관련 책을 내야겠다고 나를 찾아왔다. 결국, 계엄군이 무고한 시민들을 곤봉으로 내려치는 장면 등 그날 그 현장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5월 21일 낮 12시 40분께다. 동구 금남로 1가 YMCA 앞에서 방어벽을 친 계엄군은 시민과 학생들에 의해 분수대를 넘어 전남도청 정문 앞까지 밀려났다. 이때였다. 나는 전일빌딩 9층에서 숨어서 취재를 하다 위험을 느끼고 전남도청 정문 앞으로 갔다. 카메라는 옷 속에 숨기고 정보 형사처럼 행세하고 대치하는 공수부대원 사이로 갔다.
차 대위는 이날 시내를 빠져 나가면서 우리 군인들끼리 오인사격으로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광주시가 2009년 5·18 민중항쟁 제29주년을 맞아, 항쟁 당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을 집계해서 발표했다. 사망자가 163명, 행방불명자가 166명, 부상 뒤 숨진 사람이 101명, 부상자가 3139명, 구속 및 구금, 기타 피해자 등을 포함해 총 5189명이다. 진압 경찰 및 군인 등의 사망자는 경찰 4명, 군인 22명으로, 이들은 1980년 6월 21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광주의 진실은 아직도 미궁 속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더 이상 밝혀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남아 있지만, 오늘날 5월 광주항쟁이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때 그 자리를 지키고 기록했던 사진기자들의 역할도 작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1988년 국회 광주청문회 때는 항쟁 사진을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하여 당시 계엄군 장교로부터 자백을 많이 받아냈다. 2001년에는 항쟁 당시 진압에 참가했던 공수부대원이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 암매장했다는 사실을 양심선언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2011년에는 취재 필름 등의 5·18기록물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세계가 인정하는 광주민중항쟁으로 명명되고 널리 알려지게 됐다.
광주 지역에서만 전시되던 5·18 사진들이, 2013년 5월에는 5·18 33주년을 맞아 부산 해운대의 ‘고운사진미술관’에서 3개월간 전시되었다. 사진전에 온 많은 부산 시민들이 80년 당시 광주 시민들이 이렇게 많이 희생되었느냐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사진은 기록이다. 특히 흑백필름은 거짓이 없다. 기록은 기억을 앞선다. ‘고운사진미술관’은 자매결연을 한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 다섯 나라에서도 차례로 5·18 사진전을 가질 계획이다.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는 2015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대한민국 민주화의 길’이란 주제로 ‘4·19 의거’와 ‘5·18 광주민중항쟁’, ‘6·10 민주항쟁’ 관련 사진을 전시했다. 이처럼 5·18 민중항쟁이 국가기관의 하나인 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08년 5월 항쟁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대표적인 영화로 ‘꽃잎’ ‘화려한 휴가’ 가 있다. 올해는 ‘임을 위한 행진곡’ 영화도 만들고 있다. 진실은 더딜는지 모르나, 언젠가는 밝혀지게 되어 있다. 이게 진리다. 발포명령자도 밝혀지리라 믿는다. 1980년 5월, 꽃잎처럼 스러져간 젊은이들의 귀한 영령 앞에 두 손 모아 명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