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이론이 모자라거나 경위에 몰려서 궁색하고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경우 결말은 상대를 비난하거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유·민주·평화 같은 용어보다는 거짓·매국·첩자와 같은 용어에 익숙한 경우도 있다. 후자의 용어에 익숙한 사람들의 모임인 이른바 ‘죽도의 날’ 행사가 일본 시마네현에서 올해도 개최된다.

이 행사는 1905년 2월 22일 일본이 독도를 강제로 일본영토로 편입한 날로부터 100년이 되던 해인 2005년에 1905년 2월 22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후 매년 2월 22일이 되면 일본 시마네현 현청이 있는 마쓰에시에서는 이른바‘죽도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올해로 12회째가 된다.

행사 시작되기 하루 전부터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 고성능 확성기를 장착한 우익 선전차가 마쓰에 시내를 누비며 “독도를 되찾아야한다”, “한국인은 독도에서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다음날에 있을 이른바 ‘죽도의 날’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한다.

그리고 행사 당일에는 마쓰에 시내에 있는 시마네 현민회관에서 약 500여명의 정관계 우익인사들이 모여 행사를 개최한다. 주요 참석자는 각 정당을 대표해서 참석한 국회의원 약 10여명, 정부파견 차관보급 1명(2014년 이후 참석), 시마네현지사, 시마네현 의회 의장 및 의원, 그리고 시마네현 오키군 군수 등이다.

행사는 1·2부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1부에서는 정부관련 주요 참석인사가 내빈인사 차원에서 한일관계와 독도관련 소신발언이 약 40여 분 이어진다. 이때 연사 가운데 혐한·반한 발언자에게는 함성과 박수가 쏟아지지만, 한일관계개선 또는 평화·민주·자유를 언급하는 연사에게는 여지없이 매국노, 죽어라, 한국의 첩자인가 등의 야유가 쏟아지면서 행사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한다.

이후 행사장 내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고 같은 시각 행사장 밖에서는 우익 선전차들이 확성기에 전전일본군가와 일왕에 충성하는 만세삼창, 그리고 한국에 대해 온갖 욕설로 이른바 ‘죽도의 날’ 행사는 안과 밖이 증오로 얼룩진 그들만의 잔치가 절정에 이른다.

1부 기념식 행사가 1시간 정도로 마무리되면 곧바로 2부 행사가 시작된다. 2부 행사는 주로 강연과 토론식으로 진행되는데 두 명의 독도 또는 한국 관련 연구자가 행사장 무대에 나와서 시국에 관해서 토론을 진행한다. 토론의 주요내용은 한국 비하와 독도영유권주장이다. 토론자들은 ‘한국이 거짓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일본이 한국에 당한다. 일본정부는 독도를 되찾기 위해 한국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일본정부는 현재 시마네현이 주관하고 있는 행사를 내년부터는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행사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행사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유도해내기도 한다.

이른바‘죽도의 날’ 행사는 시작과 끝이 한결같다. 행사장 안과 밖에서는 증오와 폭력이 난무한다. 행사장 안은 반한을 조장하는 열기로 가득하고 밖은 경찰과 우익참가자와의 몸싸움만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죽도의 날’ 행사 그 어디에도 시민은 없다. 심지어는 구경꾼도 거의 볼 수 없다. 그래서 ‘죽도의 날’ 행사는 거짓이고 억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