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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핵심’ 빠진 광주문예회관 혁신안

2017. 02.22. 00:00:00

지난해 7월 취재차 만난 김승업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표는 명성 그대로 였다. 미술·공연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서 부터 10년후의 비전을 담은 로드맵까지 문화CEO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사실 김승업 대표의 화려한 이력은 공연계 종사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서강대 화학과 출신인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에 입사한 후 기획부장, 세종문화회관 본부장을 거쳐 지난 2005년 김해문화의전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취임 일성으로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문화공간’을 내세운 그는 ‘현장’에서 얻은 전문성과 과감한 추진력을 앞세워 개관 3년도 안된 김해문화의전당을 영남권의 문화허브로 키워냈다. 지난 2011∼2014년에는 부산영화의전당을 맡아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시켰다.
지난 2015년 말 임기가 만료된 김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곳은 서울시 중구였다. 전임자인 이종덕 대표의 후임물색에 공을 들이던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김 대표를 제5대 충무아트센터 대표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1월 취임기자회견에서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제작 극장을 선언한 그는 영화계 인맥을 발휘해 ‘제1회 충무로 뮤지컬 영화제’를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조직의 변화를 이뤄낸 예는 광산문예회관도 마찬가지다. 55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인데다 변두리에 위치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문화사랑방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건립될 당시만 해도 학예회 등이 열리는 행사장이었지만 ‘하우스 콘서트’, ‘1000원의 행복’, 공연장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등 내실있는 기획으로 평균 객석 점유율 97%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자치단체장의 문화마인드에서 비롯됐다. 광산구(구청장 민형배)는 지난 2011년 자치구에선 처음으로 문화기획 전문위원 이현숙씨를 발탁해 구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씨는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출신으로 전주시립극단 단무장, 전주전통문화관 공연과장, 전주 세계소리축제 행사부장 등을 역임한 전문가다.
그런 점에서 최근 광주시가 내놓은 ‘광주문예회관 혁신안’은 시대의 흐름과 배치된, 알맹이가 빠진 청사진이다. 근래 타 도시의 문예회관들이 민간공연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추세와 달리 이번 혁신안에는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개방형 관장제가 빠져 있다. 다음달 공표를 앞둔 혁신안에는 시립오페라단 창단, 예술단 통합사무국, 단원명예퇴직제 등이 포함됐지만 정작 문예회관을 이끌어 가는 관장은 현행 공무원 순환보직제 그대로다. 기획 공연 보다 대관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물론 공무원 순환보직제는 행정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1년도 못 채우고 타 부서로 이동하거나 정년을 앞둔 공무원이 잠시 숨을 고르는 현재의 시스템으론 광주문예회관의 변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쯤이면 ‘대관전문공연장’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뗄 수 있을런지….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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