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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어디 ‘준비된’ 문화CEO 없나요?

2017. 02.15. 00:00:00

지난달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 Museum)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지난 2000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여성을 미술관 수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수명이 다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테이트모던은 매년 500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테이트 모던이 전임자인 니콜라스 세로타의 후임으로 ‘모셔온’ 주인공은 마리아 발쇼(46·Maria Balshaw·전 맨체스터 화이트워스 미술관 대표). 지난 2006년 화이트워스 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125년의 역사를 지닌 대학을 미술관으로 증축하는 1천500만 파운드(216억 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영국 문화계를 놀라게 했다. 젊은 여성관장이 펀드라이징을 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헤리티지 복권기금과 기업체들의 후원을 유치한 것이다.
테이트 모던이 마리아에게 러브콜을 보낸 데에는 이런 경영수완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테이트모던은 다음달 재개관하는 세인트 이브스(St Ives) 분관 프로젝트에 2천만 파운드(288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미술관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까”.
요즘 서울 시립미술관 최효준(65)관장의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발표한 문화 향수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 국민의 연평균 미술관 전시 관람 횟수가 0.3회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신임 관장에 취임한 그는 기자회견에서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를 예로 들며 미술관의 변신을 예고했다. “이제 미술관은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과도 경쟁해야 한다. 제 발로 걸어 나와서 전시를 보도록 만들어야 하는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한다. ”
1시간 넘는 인터뷰 내내 마케팅 용어가 자주 등장했는데 이는 최 관장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에서 MBA과정을 마친 그는 사무실 주변에 화랑들을 접한 이후 아트 컨설턴트로 변신했다. 귀국후 삼성미술문화재단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장, 경기도미술관장 등을 지냈다.
이처럼 21세기 문화CEO는 폼잡고 결재만 하는 ‘꽃방석’의 주인이 아니다. 시민의 문화 마인드와 도시의 품격을 끌어올리는 문화조직의 수장으로 전문성과 마케팅, 리더십을 두루 갖춘 ‘멀티플레이어’여야 한다.
잠시 문화광주로 눈을 돌려 보자. 아시아의 문화수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일부 문화예술기관의 대표는 지역 예술인이나 정년을 앞둔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잠시 머무는 자리가 된지 오래다. 물론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안 될 것은 없다.
문제는 전문성과 마케팅 능력을 겸비한 ‘준비된 CEO’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공석이 된 광주문화재단과 비엔날레 재단의 후임인사는 매우 중요하다. 후반기 광주시 문화행정의 방향을 가늠할 뿐 아니라 세계 5대 비엔날레의 위상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문화CEO를 잘 뽑아야 하는 이유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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