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철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건축설비부장] 광주역, 녹슬어가는 철길에 새 생명을
2017년 02월 07일(화) 00:00 가가
고향에 간다는 마음에 들뜬 사람들. 새벽부터 바닥에 신문지까지 깔고 앉아 매표창구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사람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해 ‘표가 생기지 않을까?’ 발길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말끔히 차려입고 짐보따리와 선물상자를 양 손에 나눠 든 상기된 표정의 청춘들.
설 연휴에 며느리와 광주역에 잠시 들렀다가 추억에 잠겼다. 7∼80년대 광주역은 명절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리곤 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현재 광주역 주변은 지나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적하다. 발길이 뚝 끊긴 이곳엔 비어가는 상가만 늘어가고 있다. 왠지 모를 공허함에 서울에서 시집 온 며느리를 붙잡고 북적였던 옛 광주역 이야기를 늘어놓게 됐다.
광주시 동구 대인동에 있던 광주역은 1969년 북구 중흥동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근처 중앙고속터미널과 북구 신안동 광주고속터미널, 동구 계림동 광주시청사와 함께 70∼80년대 중흥동 일대 부흥을 이끌어간 거점이 바로 광주역이다. 1992년 분산돼 있던 버스터미널들은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로 합쳐지고, 2004년 광주시청사가 치평동으로 이전하게 된다. 2004년 운행을 시작한 KTX마저 호남고속철 개통과 함께 2015년부터 광주송정역에서만 정차하면서 자연스레 광주역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유동인구 감소는 곧 상권 몰락으로 이어진다. 북구에는 광주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민 45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45만의 인구를 가진 도심의 상권몰락과 도심공동화 현상.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광주역 일대 상권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한 해답이 오로지 ‘KTX의 광주역 진입’ 뿐일까? 코레일 측은 KTX의 경우 ‘1도시 1개역’ 원칙이 전국 공통으로 적용돼 광주송정역과 광주역 등 2개역 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도 광주역 KTX 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KTX의 광주역 진입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광주시의회의 한 의원은 광주역을 폐쇄하고 행정·교육 복합타운을 건설하자는 제안을 냈다. ‘광주역·철길 시민환원 대책위원회’는 남구∼동구로 이어지는 푸른길을 북구∼광산구로 이어가자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남대 후문과 광주역 광장을 잇는 근린공원 옆으로 행정타운과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그 주변으로 주택사업이 전개돼 공동화된 도심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는 것은 막연한 꿈이 아니다.
광주시는 광주역 앞 중흥동, 임동, 신안동 일대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광주역 인근의 재개발을 위해서는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광주역의 역사부지만 19만8031㎡(5만9904평)에 달하며, 지난해 기준 공시지가는 39만9000원이다. 계획이 확대돼 광주역을 폐쇄하고 이 부지를 재개발할 경우 보상비만 1000억 원이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용역결과에 따른 택지정비, 도로건설, 시설물 건립 등 소요예산도 만만치 않을 게 뻔하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45만 북구민과 나머지 105만 광주시민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할 과제인 것은 확실하다. 시 예산이 넉넉지 않다면 정부예산이라도 받아와 추진해야할 당면 과제다. 광주역 일대는 광주역으로 부흥기를 맞았다가 다시 광주역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격이다. 우리는 코레일 측에 광주역 철도용지 무상양여를 요구해서라도 ‘부활’을 꿈꿔야 한다.
“광주역에도. Ktx. 진입. 했으면. 좋겠읍니다. 가능한지. 알고싶읍니다. 역 주변 상권이다죽어. 주변상인들. 매우 어렵읍니다.”
2016년 9월 15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질문란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맞춤법이 서투른 것으로 보아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올린 듯하다. 얼마나 살기가 힘들었으면, 그리고 몰락해가는 상권이 오죽 답답했으면 컴퓨터를 붙잡고 저런 질문을 올리셨을까? 가슴이 아린다.
여·야를 따지지 않고 차기정부 출범을 위해 정책과 공약을 수립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광주 45만 북구민을 위한 정책도 고민하고 수립해주길. 70∼80년대 그 부흥을 다시 한 번 이끌어낼 기회를 달라고.
설 연휴에 며느리와 광주역에 잠시 들렀다가 추억에 잠겼다. 7∼80년대 광주역은 명절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리곤 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현재 광주역 주변은 지나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적하다. 발길이 뚝 끊긴 이곳엔 비어가는 상가만 늘어가고 있다. 왠지 모를 공허함에 서울에서 시집 온 며느리를 붙잡고 북적였던 옛 광주역 이야기를 늘어놓게 됐다.
광주시는 광주역 앞 중흥동, 임동, 신안동 일대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광주역 인근의 재개발을 위해서는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광주역의 역사부지만 19만8031㎡(5만9904평)에 달하며, 지난해 기준 공시지가는 39만9000원이다. 계획이 확대돼 광주역을 폐쇄하고 이 부지를 재개발할 경우 보상비만 1000억 원이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용역결과에 따른 택지정비, 도로건설, 시설물 건립 등 소요예산도 만만치 않을 게 뻔하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45만 북구민과 나머지 105만 광주시민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할 과제인 것은 확실하다. 시 예산이 넉넉지 않다면 정부예산이라도 받아와 추진해야할 당면 과제다. 광주역 일대는 광주역으로 부흥기를 맞았다가 다시 광주역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격이다. 우리는 코레일 측에 광주역 철도용지 무상양여를 요구해서라도 ‘부활’을 꿈꿔야 한다.
“광주역에도. Ktx. 진입. 했으면. 좋겠읍니다. 가능한지. 알고싶읍니다. 역 주변 상권이다죽어. 주변상인들. 매우 어렵읍니다.”
2016년 9월 15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질문란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맞춤법이 서투른 것으로 보아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올린 듯하다. 얼마나 살기가 힘들었으면, 그리고 몰락해가는 상권이 오죽 답답했으면 컴퓨터를 붙잡고 저런 질문을 올리셨을까? 가슴이 아린다.
여·야를 따지지 않고 차기정부 출범을 위해 정책과 공약을 수립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광주 45만 북구민을 위한 정책도 고민하고 수립해주길. 70∼80년대 그 부흥을 다시 한 번 이끌어낼 기회를 달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