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수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관·문학박사]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이 남긴 것
2017년 01월 25일(수) 00:00 가가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30일까지 98일간 열리는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이 어느덧 폐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시가 벌써 막바지에 이르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 중차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수개월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소중한 문화재를 다루는 건 늘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이번처럼 깨지고 부서지기 쉬운 수천 점의 도자기와 금속공예품 등을 만지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전시품을 옮기는 물리적 거리만 보더라도 서울에서는 수장고에서 전시실로 직행하면 그만이지만 광주까지는 운송하는 데만 트럭으로 5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전시 준비 내내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더욱이 전시품 한 점 한 점의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포장하는 데만 10일 동안 수십 명이 투입되었다. 이후 35개의 커다란 알루미늄 상자를 5t 트럭 다섯 대에 싣고 어두운 저녁이 되어서야 광주에 도착하였다. 이것을 다시 점검하고, 지진에 대비해 일일이 안전하게 고정하던 직원들의 열정 어린 모습까지도 눈에 선하다. 이 모든 과정들이 백구과극(白驅過隙·흰말이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듯이 시간이 빨리 지나감)처럼 느껴진다. 비록 그 짧은 시간은 잃어버린 신안 보물선의 잔해가 파도와 바람에 밀려 사라진 지 650년이라는 세월에 비할 수 없지만….
그토록 오래 잠들어 있던 진귀한 보물이 세상의 빛을 본 지 벌써 마흔 돌이 넘었다. 1976년부터 9년간 11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한 발굴에는 SSU 해군 부대요원을 비롯한 문화재관리국,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 등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펄이 자욱한 20여m 깊은 해저에서 보물 하나하나를 건져 올린 다이버들에게는 얼마나 험난하고 고된 작업이었을지 줄곧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역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이룩한 이른바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별전은 개막하자마자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수중 발굴된 2만4000여 점 중 2만여 점이 처음으로 공개된 그 순간은 사람들을 충격 속으로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단일 전시에 내놓은 수량 자체만으로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위대한 발견에 걸맞은 사상 초유의 기념비적인 대접이었다. 이 경이로운 행사에 또 다른 조력자 역할은 순회 전시를 앞둔 국립광주박물관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도맡았다. 서울 나들이를 통해 신안선의 보물끼리 오랜만의 이산상봉을 하도록 도왔던 셈이다. 기관 상호간에 대의를 위해 결집하는 모범적인 사례로서 상생 동력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 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서울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의 1막이 끝나고, 광주에서 제2막이 시작됐다. 여기서는 2만여 점 중 0.5t 가량의 동전과 5429점의 문화재를 선별해 전시 내용을 새롭게 연출했다. 신안선 보물이 갖는 의미를 1978년 국립광주박물관 건립의 취지와 연관 지어 차별화했다.
광주·전남 지역민에게 신안선 보물은 동아시아 해상무역의 획을 긋는 소중한 문화재이자 국립광주박물관의 위상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번 특별전이 그것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전시가 종료되면 그동안 미비했던 점들을 보완하여 신안실을 새롭게 개편하고자 한다. 전시는 물량 위주가 아닌 동아시아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상무역로를 통한 교류와 한·중·일 문화의 공통분모를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14세기 동아시아의 문화교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활발했고, 이를 통한 문화의 공유가 지금의 한류처럼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점들이 적지 않다. 당시 교류의 산물인 한·중·일에 현존하는 송·원대 무역도자기 및 공예품의 현황과 분포 지도를 제작해 재조명하는 일은 남은 과제를 해결하는 키 중의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처럼 수중 발굴과 수장 및 전시에 전문적인 기량을 지닌 국립기관 간에 공동 목표를 지향하고 상호 협력이 요구될 때에는 함께 조사함으로써 더욱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교류함으로써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신안선에서 나온 보물의 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박물관은 신안실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중·장기 발전계획 아래 인프라를 구축해 연구조사에 매진하려고 한다.
보물을 실은 배들이 세계의 해양에서 종종 발견되어 현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이때 이번 특별전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여러 가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단일 전시에 내놓은 수량 자체만으로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위대한 발견에 걸맞은 사상 초유의 기념비적인 대접이었다. 이 경이로운 행사에 또 다른 조력자 역할은 순회 전시를 앞둔 국립광주박물관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도맡았다. 서울 나들이를 통해 신안선의 보물끼리 오랜만의 이산상봉을 하도록 도왔던 셈이다. 기관 상호간에 대의를 위해 결집하는 모범적인 사례로서 상생 동력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 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서울에서 열린 성대한 잔치의 1막이 끝나고, 광주에서 제2막이 시작됐다. 여기서는 2만여 점 중 0.5t 가량의 동전과 5429점의 문화재를 선별해 전시 내용을 새롭게 연출했다. 신안선 보물이 갖는 의미를 1978년 국립광주박물관 건립의 취지와 연관 지어 차별화했다.
광주·전남 지역민에게 신안선 보물은 동아시아 해상무역의 획을 긋는 소중한 문화재이자 국립광주박물관의 위상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번 특별전이 그것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전시가 종료되면 그동안 미비했던 점들을 보완하여 신안실을 새롭게 개편하고자 한다. 전시는 물량 위주가 아닌 동아시아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상무역로를 통한 교류와 한·중·일 문화의 공통분모를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14세기 동아시아의 문화교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활발했고, 이를 통한 문화의 공유가 지금의 한류처럼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점들이 적지 않다. 당시 교류의 산물인 한·중·일에 현존하는 송·원대 무역도자기 및 공예품의 현황과 분포 지도를 제작해 재조명하는 일은 남은 과제를 해결하는 키 중의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처럼 수중 발굴과 수장 및 전시에 전문적인 기량을 지닌 국립기관 간에 공동 목표를 지향하고 상호 협력이 요구될 때에는 함께 조사함으로써 더욱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교류함으로써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신안선에서 나온 보물의 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박물관은 신안실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중·장기 발전계획 아래 인프라를 구축해 연구조사에 매진하려고 한다.
보물을 실은 배들이 세계의 해양에서 종종 발견되어 현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이때 이번 특별전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여러 가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