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서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인구증가 속도에 비해 식량생산량이 따라갈 수 없으므로 인구를 줄여야한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 성욕을 억제할 수 없는 무식한 하류계급을 좁고 더러운 곳으로 몰아넣어 전염병이 창궐해 죽게 하거나 전쟁이나 기아에 허덕여 인구를 인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주장은 이후 농업생산량이 인구증가보다 두 배로 늘어나면서 틀린 가설이 되었다. 이런 야만적인 발상을 한 멜서스라는 학자를 우리는 한때 고전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스미스의 반열에까지 올리고 그의 자유시장 경제 질서에 환호하며 충실히 그의 경제이론을 따랐다.

그로부터 200여년이 다되어가는 1995년 세계적인 실용주의자들이 미국의 유명 호텔에 모여 인류의 미래를 진단한다. 고르바초프부터 세계적 석학, 글로벌 기업의 CEO 등이 참여하여 3일 간 열띤 토론회를 개최한다. 그 결과 미래사회를 20대 80의 사회로 규정한다. 즉 21세기에는 20%의 노동 가능한 인구만 있어도 세계경제는 돌아간다는 것이고 나머지 80% 사람들의 실업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고민 아닌 고민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 역시 이런 예측에 동의한다.

결론은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80%의 사람들에게 적당한 대중문화와 먹을거리만 던져주면 된다로 귀결되었다. 결국, 세상은 소수에 의해 움직여지고 그들에 의해 세상이 돌아가니 나머지는 적당히 먹여만 주면 된다는 그래도 멜서스 보다는 좀 더 나은 대안을 끝으로 3일간의 토론회는 끝났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도 고위 공직자 나향옥 전 교육부 정책 기획관이 민중을 개돼지로 표현하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가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결코 그 발언이 본인도 인정하듯, 취중의 실수나 실언이 아닌 우리사회의 소수 엘리트들이 바로 멜서스의 고전경제학부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까지를 맹신하는 교육을 받아온 결과 드러난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그들은 당연히 배운데로 말하고 행동했을 뿐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한 지를 모르는 태도이다.

자본주의가 태동하고 수백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의 불평등 양극화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정된 국가자원을 소수가 독점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국가권력까지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히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양육강식의, 정글법칙의 경제학이 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절망하지 말자. 지구 반대편의 북유럽의 나라들은 이미 1930년대 이후부터 이런 야만적인 불평등 경제체제를 거부하고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복지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합의제 조정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결코 노동이 소외되는 게 아니라 노동우위와 분배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적어도 이들 나라는 일자리걱정, 노후걱정, 주거장만 걱정, 교육 보육의 걱정, 건강의료 걱정에서 자유로운 시민들로 살아가고 있다. 국가 역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에 국가예산을 투입하고 어느 시민도 소외되지 않게 지켜주고 있다.

각종 지표가 말해주듯 이들 나라들은 국민행복지수가 세계 상위권이며 삶의 질도 높다. 노동을 해도 비루하지 않고 삶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체제, 이런 체제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 전부터 국민들과 함께 투쟁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번 촛불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열기를 모아 현재 미국식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거부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해야 한다. 단지, 지도자 한 명 바꾸는 게 문제가 아니라 누가 지도자가 되어도 우리의 삶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경제적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체제는 소수와 재벌 대기업만이 살아갈 수 있는 경제체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