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연 亞문화원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기획팀장] 문화전당에서 만나는 아시아의 설
2017년 01월 20일(금) 00:00 가가
중화권을 포함하여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음력 1월 1일을 새 해의 시작으로 삼던 풍습은 상당히 오래되었다고 한다. 설날이 오늘날 모습으로 정착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렸겠지만, 중국의 경우 설의 기원을 약 4000여 년 전 요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하기도 한다. ‘수서’(隨書)나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신라나 백제의 왕이 정월에 제사를 지낸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에 설을 9대 명절에 하나로 삼았다고 하니, 아무리 늦게 잡아도 우리나라 설의 역사는 약 1000∼1500여년이 되는 셈이다.
장구한 설의 역사만큼이나 설의 세시풍속 또한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의 경우 1911년 신해혁명으로 중화민국이 건립된 후, 양력설인 위엔딴(元旦)과 구분하면서 춘제가 음력설의 공식명칭이 되었다. 기간 또한 부엌 조왕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음력 12월 23일부터 1월 15일 대보름인 원소절까지로 상당히 길다. 설 전날 저녁, 즉 제석(除夕)에 온 가족이 모여 녠야반(年夜飯)을 먹고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에 사악한 귀신을 쫓기 위해 폭죽을 터뜨린다.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그림 녠화나 복(福)이나 춘(春)을 붉은 종이에 쓴 춘롄(春聯)을 붙이는 풍습은 문화대혁명 기간에도 살아남아 이어지고 있다.
몽골에서는 새해 전날을 ‘비퉁’, 첫날을 ‘차강사르’라고 한다. 비퉁에 배부르게 먹어야 한 해 굶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어 밤새 배부르게 먹다 새해 첫 별이 뜰 즈음 산에 올라 돌탑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며 소망을 빈다. 친척이나 지인의 집을 방문하여 세배를 드릴 때 ‘하닥’이라는 푸른색 천을 손에 올리고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우리와 달리 아랫사람이 윗 사람에게 세뱃돈을 드린다. 전통 음식으로는 양고기를 주재료로 한 몽골식 만두 ’보즈‘와 양을 통째로 구운 ’오츠’, 마유주 등을 나누어 먹는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로 양력 1월 1일을 새 해의 첫 날로 여기는 풍속이 자리 잡은 탓에, 오키나와 일부지역처럼 소수민족의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을 빼 놓고 음력 설을 쇠는 곳이 많지 않다. 다만 12월 31일 장수를 기원하는 토시고시소바(메밀국수)나 정월초하루 일본식 떡국(오조니),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도시락 세트격인 오세치를 먹는 세시풍속은 남아 있다.
동남아 설풍경은 한중일 삼국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베트남인들도 음력설을 쇠긴 하지만, 다섯 개 과일을 담은 쟁반을 설 기간에 내내 조상에게 드리는 제단에 올려 두며, 차례상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삶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설의 대표 과일로 복숭아를 치며, 대표 음식으로 녹두, 찹쌀, 돼지고기 등을 넣고 바나나 잎에 찐 반쫑을 삼는 것은 아열대라는 지리적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한다. 농담처럼 외국인들은 캄보디아에는 설이 세 번 있다고 하는데, 양력 설, 화교가 많아 보통 쉬는 음력 설, 그리고 크메르 역법에 의한 캄보디아 설날이 그것이다. 캄보디아 설은 4월 13, 14일 즈음에 시작하는데, 촐쯔남이라고 불리며 큰 국가 축제이자 명절이다.
위에 언급한 나라들 대부분은 토템과 불교, 도교가 어우러진 12지신 문화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마치 아시아의 설 맞이 풍경이 나라마다 다른 것처럼 12지신도 환경과 문화에 따라 다르다. 가령, 베트남에서는 소 대신 물소가, 토끼 대신 고양이를 12지신으로 여긴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의 12지신에는 용과 호랑이가 없고 달팽이와 범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태국은 돼지 대신 코끼리가 등장한다. 중국 하이난(海南)섬에 주로 분포하는 소수민족 이족(黎族) 가운데 일부는 개미 띠까지 있다고 한다. 몽골에는 12띠 관련하여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지는데, 쥐와 낙타가 마지막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으나, 꾀 많은 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덩치만 크고 어리석은 낙타는 대신 쥐의 귀, 소의 배, 호랑이의 발, 토끼의 코, 용의 몸, 뱀의 눈, 말의 갈기, 양의 털, 원숭이의 혹, 닭의 깃털, 개의 허벅지, 돼지의 꼬리 등 12띠에 들어간 동물의 특징을 두루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낙타가 목축과 이동, 단백질 공급의 주요 수단인 나라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렇듯 날짜, 세시풍속과 의례부터 열두 띠까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아시아 문화의 설날 풍습은 서구화된 생활습관으로 규모나 의미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설의 근저에 한 해의 풍요와 건강을 비는 가장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사람들의 염원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어떤 모습으로든 설은 21세기에도 계속되리라 믿는다. 양력 혹은 음력과 무관하게 말이다. 참고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에서는 ‘정유년 새해맞이, 아시아의 설과 닭의 상징’ 테마전을 설 연휴 기간 동안 개최한다. 다양하고 즐거운 아시아의 설 풍속을 전시, 강연, 영화, 스탬프 체험 등을 통해 누리시기를 바란다.
동남아 설풍경은 한중일 삼국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베트남인들도 음력설을 쇠긴 하지만, 다섯 개 과일을 담은 쟁반을 설 기간에 내내 조상에게 드리는 제단에 올려 두며, 차례상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삶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설의 대표 과일로 복숭아를 치며, 대표 음식으로 녹두, 찹쌀, 돼지고기 등을 넣고 바나나 잎에 찐 반쫑을 삼는 것은 아열대라는 지리적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한다. 농담처럼 외국인들은 캄보디아에는 설이 세 번 있다고 하는데, 양력 설, 화교가 많아 보통 쉬는 음력 설, 그리고 크메르 역법에 의한 캄보디아 설날이 그것이다. 캄보디아 설은 4월 13, 14일 즈음에 시작하는데, 촐쯔남이라고 불리며 큰 국가 축제이자 명절이다.
위에 언급한 나라들 대부분은 토템과 불교, 도교가 어우러진 12지신 문화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마치 아시아의 설 맞이 풍경이 나라마다 다른 것처럼 12지신도 환경과 문화에 따라 다르다. 가령, 베트남에서는 소 대신 물소가, 토끼 대신 고양이를 12지신으로 여긴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의 12지신에는 용과 호랑이가 없고 달팽이와 범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태국은 돼지 대신 코끼리가 등장한다. 중국 하이난(海南)섬에 주로 분포하는 소수민족 이족(黎族) 가운데 일부는 개미 띠까지 있다고 한다. 몽골에는 12띠 관련하여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지는데, 쥐와 낙타가 마지막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으나, 꾀 많은 쥐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덩치만 크고 어리석은 낙타는 대신 쥐의 귀, 소의 배, 호랑이의 발, 토끼의 코, 용의 몸, 뱀의 눈, 말의 갈기, 양의 털, 원숭이의 혹, 닭의 깃털, 개의 허벅지, 돼지의 꼬리 등 12띠에 들어간 동물의 특징을 두루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낙타가 목축과 이동, 단백질 공급의 주요 수단인 나라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렇듯 날짜, 세시풍속과 의례부터 열두 띠까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아시아 문화의 설날 풍습은 서구화된 생활습관으로 규모나 의미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설의 근저에 한 해의 풍요와 건강을 비는 가장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사람들의 염원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어떤 모습으로든 설은 21세기에도 계속되리라 믿는다. 양력 혹은 음력과 무관하게 말이다. 참고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에서는 ‘정유년 새해맞이, 아시아의 설과 닭의 상징’ 테마전을 설 연휴 기간 동안 개최한다. 다양하고 즐거운 아시아의 설 풍속을 전시, 강연, 영화, 스탬프 체험 등을 통해 누리시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