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쌀이 수입된 시기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UR농업협정은 WTO 출범과 함께 최초의 세계농업규범이 되면서 모든 농산물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 철폐(예외없는 관세화 원칙)가 이뤄졌다. 다만 개발도상국의 전통식단의 주식이 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관세화 유예 규정을 두었는데 우리나라는 쌀에 대해 의무수입 물량(MMA·최소시장 접근)을 받는 조건으로 1차 2004년까지 110만t, 2차 2014년까지 317만t 20년 동안 총 427만t의 물량을 수입했다.

정부는 2015년 관세율 513%로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WTO에 쌀 양허표 수정안을 제출하고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등과 관세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쌀 수입 관세율이 513%로 결정되면 고율관세 수입물량은 국내 쌀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수입하기로 한 저율관세쿼터(TRQ) 40만t의 의무수입 물량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 없이 받아야 할 실정이다.

의무수입 물량 40만t은 우리나라 쌀 생산량(2016년 420만t)의 10%에 육박하는 대단히 많은 물량이다. 국내 쌀 시장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수입쌀 중 일부(2015년부터 매년 6만t 상당)는 밥쌀용으로 수입하고 있다. 현행 양곡관리법에는 재포장이 가능하다. 재포장은 포대갈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산쌀 둔갑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산인양 소비자를 현혹할 수는 있다.

실제로 최근 20㎏ 단위로 수입한 밥쌀용쌀을 국내업체가 수입포장지를 해체하고 2㎏ 단위로 소포장해 대형마트에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식당이나 인터넷으로만 거래되던 수입쌀이 이젠 국내산 쌀과 같은 판매대에서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다. 판매가격은 2㎏포장에 4980원으로 국내산과는 비슷하지만 지난해 9월 aT의 밥쌀용 수입쌀 공매가격(2㎏ 기준 미국쌀 2732원, 중국쌀 2466원, 태국쌀 1926원)에 비하면 2배 상당 높게 팔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식품소비형태 ‘수입쌀 취식(먹어볼)의향’ 조사를 보면 2015년 1.9%에서 2016년 10%로 1년 새 5배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수입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대부분 수입쌀은 수확한지 2∼3년 정도 된 묵은쌀이다. 수확기가 비슷한 수준인 2013∼2014년산 국산쌀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금년에 사료용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국산쌀은 극심한 흉년을 제외하고는 전년도 수확기(10∼12월)에 사들인 쌀이 이듬해에 식탁에 오른다. 국산쌀은 일반적으로 1년 이내에 대부분 소진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입쌀의 유통 상황을 살펴보면 묵은쌀 수입과 1등급과 3등급으로 수입된 쌀이 판매과정에서 등급을 표시하지 않고 판매되고 있다. 또한 수입포장지를 해체하여 재포장되는 등 수입쌀 유통과정이 그리 투명하지 않아 보인다. 수입쌀에 대한 안전성과 부정유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수입쌀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수입쌀과 국산쌀이 유통과정에서 혼동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을 보면‘수입쌀에 대해 고객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포장을 허용하는 등 관리가 느슨하다는 느낌이다.

지금은 사라졌을 것으로 보지만 과거 수입산쌀 포대갈이 등 부정유통으로 국내 쌀시장이 큰 혼란을 겪으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곤 했다. 정부는 수입쌀 부정유통을 발본색원해야 함은 물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쌀은 우리민족의 생명줄이다. 국내 쌀 산업을 보호·육성하는 것은 식량안보의 핵심요소이며, 우리농업의 자존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