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목격한 우리나라 국민은 이에 대한 우려가 반(反)원전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여론조사에서도 70% 전후의 원전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다가오는 현재까지도 수백조원의 천문학적인 복구비용이 계속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복구가 되고 있지 않은 이러한 재앙적인 모습들은 원전에 대한 공포를 자아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원전 안전에 대한 우리나라 당국의 대응 또한 친(親) 원전 정책에 익숙한 탓인지 제대로 된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부실한 심사과정과 허점이 노출된 상황에서 일방 통과된 월성 1호기 계속 운전, 다수호기 문제점의 지적에도 신고리 5, 6호기 건설인허가 승인, 제대로 된 단층조사도 안 된 사실과 원전의 인허가 과정에서 사용하지도 않는 ‘내진성능’이란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까지 써가면서 0.3g 지반가속도 수준의 원전 내진성능을 향상시키겠다는 경주지진대책 등이 그것이다.

최근 상영되고 있는 영화 ‘판도라’는 예기치 않은 원전사고를 통하여 우리에게 다가올 원전의 재앙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냉각수를 제어하는 밸브가 지진으로 고장이 발생하여 냉각이 불능 상태로 치닫고 격납용기가 폭발하는 대형 사고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이에 대응하는 과정을 그린다.

비합리적인 시나리오 설정이라는 논쟁도 있지만 많은 국민에게는 처절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적인 모습과 특히 대규모 방사능 사고에도 피신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발전소장의 중요성과 귀감 적인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는 평가다.

영화를 본 관람자들의 반응은 일단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만든 영화이므로 허구에 근거하고 있다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원전이므로 탈핵으로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영화에서 상정한 초기 사고조건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사고이므로 허구라는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시각은 원전은 안전하다는 신화적 믿음에 근거하고 있어 우려된다. 즉 사소하게 예기치 못한 미세한 사고로 또는 실수가 거대한 사고로 진화될 수 있는 경우를 놓칠 수 있다. 또 하나는 원전은 대형사고가 우려되므로 포기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원전을 두고 탈핵을 꿈꾸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당장 원전가동을 중지할 수 없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우려된다.

필자는 현장의 사소한 문제에서 대형사고로 진화될 수 있는 어떠한 가정도 제대로 설정하여 완벽한 대비태세가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그러함에도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태세 또한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판도라 영화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항상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과 만일의 사고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항상 대비하고 깨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원전에 대한 과다한 공포도 과다한 안전신화도 모두 극복하고 특별한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우리는 현실을 안고 가야만 한다. 그러므로 판도라는 우리에게 항상 끊임없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기 충분하므로 초중등 학생들에게도 관람을 권유하는 등 사회가 교훈을 받아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