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제일 먼 곳인 쿠바에서 오신 분들을 초청하여 아주 이색적인 모임을 가졌다. ‘쿠바 한인디아스포라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김재기 교수)은 1930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지지한 쿠바한인 애국지사 고 이승준 선생의 후손들을 초청하여 건국훈장 전수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1930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지지하고 후원한 애국지사 이승준 선생의 후손들이다.

이승준 선생은 광주학생독립운동 후원 등의 공로로 2011년 한국정부로부터 건국훈장에 추서되었지만 후손들에게 알리지 않아 2016년 12월 16일 5년 만에 전수받게 되었다.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는 것은 가족에게 최대의 영광인데도 불구하고 110년전에 한국을 떠나 한국에는 일가친척이 하나도 없다. 이에 한인 디아스포라를 연구하는 전남대 대학원생과 광주시민들이 축하모임을 통해 이승준선생의 생애를 같이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축하 모임에는 이승준 선생의 후손 Rosa Lee Chang(67·미국 마이애미), Zunilda Ribero(53·쿠바 하바나), Elizabeth Zunilda Sanchez(25·쿠바 하바나)가 참여했다.

애국지사 이승준 선생은 1882년 태어나 1905년 23세의 나이로 멕시코 에네캔 농장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1921년 다시 쿠바로 이주하였다. 1924년부터 대한인국민회 쿠바 마탄자스지방회 회원으로 가입하고 구제원으로 활동하면서 독립자금을 냈다. 마탄자스에 민성국어학교 지원하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1930년 2월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쿠바에 알려지자 마탄자스에서 40여명이 모여 지지대회를 개최하고 후원금을 100달러(현재 가치 2500만원) 모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국민회에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선생은 쿠바 마탄자스에서 11남매를 낳아 100여명의 후손들이 쿠바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쿠바의 아바나와 마탄자스에 거주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봉쇄로 경제적 어려움에 살고 있다. 이번에 훈장 전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후손들은 모두 보훈처의 아무런 도움도 없이 개인부담으로 왔다.

이승준 선생의 후손들이 훈장을 전수받게 된 배경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김재기 교수의 노력이 컷다. 올 8월까지 뉴욕시립대학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던 김 교수는 지난 5월 쿠바를 방문하여 우여곡절 끝에 이승준 선생의 후손들을 찾아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지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쿠바에서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지지했다는 단 한 줄의 기사를 보고 2회에 걸쳐 쿠바를 방문하여 선생을 비롯한 3명의 서훈자(호근덕·김세원·이재희 선생) 후손들을 새롭게 찾아냈다. 이들 모두 1930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지지하는 대회에 참가하고 후원금을 냈던 이들이다.

현재 호근덕 선생(2011년 건국훈장 건국포장)의 서류를 보훈처 제출한 상태이며, 이재희, 김세원 선생의 서류도 곧 제출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10여명의 미전수된 서훈자들을 찾아주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며, 새롭게 서훈을 받도록 하는 자료들을 정리 중에 있다.

대한민국의 자주독립과 국가 건설에 기여한 공로로 건국훈장을 개인들이 찾아야하고 훈장 전수를 받기 위해 쿠바후손들이 자비로 방문해야하는 현실이 아쉽다. 의향 광주를 있게 한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하여 지구촌 반대편인 쿠바에서도 지지하고 후원한 새로운 사실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세계적 위상을 재성찰하게 한다.

이제 광주가 87년전 쿠바한인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이다. 피델 카스트로 사후 체제 전환기에 쿠바한인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쿠바한인들과 함께하는 것이 다름아닌 광주정신의 실천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