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도 큰 홍역을 치르고 있으나 조선산업 또한 수주절벽과 구조조정이라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조선산업은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성공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조선산업을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산업이었으며 산업성장의 아이콘으로서 일자리 창출과 주요 수출품목의 효자 역할을 감당해왔다.

제조업이 취약한 전라남도는 2004년 조선산업을 4대 주요 전략산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지원과 관심을 집중했다. 그 결과 대불조선산업단지를 비롯한 도내의 산업단지에 조선관련 업체를 유치하여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였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의 매출증대 효과를 이루었다. 지역 경제계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던 조선산업이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한순간에 처지가 바뀌었다. 일부 전문가와 언론들은 조선산업을 수출 주력산업에서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미래의 준비를 소홀히 하여 현재의 상황을 맞이한 것인가.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의 조선산업계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물러나야 할 시점인가. 필자는 이 주제에 대하여 다른 시각에서 현 상황을 분석해 보고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미래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조선산업의 위기를 만든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몇 가지를 정리해 보면 첫째는 급격한 유가의 하락과 그에 따른 해양플랜트 산업의 침체이다.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던 지난 2008년, 미국 텍사스의 바넷에서 셰일가스 시추가 성공하면서 유가는 5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는 오일쇼크를 겪게 되었다. 유가가 최소 120달러는 되어야 수지타산이 맞는 해양플랜트는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되었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나라의 조선소들이 부담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연속이다.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인 불경기는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이러한 조선산업의 어려움이 해결되고 회복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조선산업의 장기전망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첫째, 여전히 선박수송을 능가할만큼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물류 운송수단은 없다는 것이다. 둘째, 환경관련 규제의 강화로 인한 선박수요의 증가이다. 내년 9월부터 시급하게 적용되는 환경관련 강화 규정이 발라스트수 처리장치(Ballast Water Management System·BWMS) 장착 의무화이다. 중고선박의 경우는 BWMS를 장착하든지 조기에 폐선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2020년부터 황산화물의 배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선주들은 황산화물저감장치(Scrubber)를 장착하든지 조기에 폐선할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비록 조선산업이 잠시 주춤은 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능력은 세계 최고이다. 지난 9월 세계의 유수한 조선산업 분석기관인 클락슨레포트는 향후 30년의 세계 조선시황을 분석하면서 여전히 한국과 중국이 세계시장의 3분의 2를 양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을 정점으로 한 전남의 조선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건재하다. 또한 대한조선이 회생하면서 전남지역 경제는 가장 큰 혜택을 누려왔다. 조선산업은 길고 어려운 가시밭길을 헤치고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으며, 2018년 이후에는 이 지역의 건강한 산업체로서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을 확신한다.

남은 문제는 체력이 약한 중소 조선소들이 마지막 터널인 1년을 견뎌내야 하는데 저력이 있을지 걱정이 된다. 조선산업 회복의 효과가 중소 조선업체 또는 협력업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량의 시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조선산업의 회복기인 내년을 더욱 혹독하게 보낼지도 모를 중소 조선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