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이면 서로 경쟁하듯 모임이 주최되곤 한다. 한 해의 많은 일을 마무리하고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각오와 새해설계를 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올 연말은 국정농단 사태와 각종 비리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데다 경기불황 여파로 연말 온도가 달라졌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일명 ‘김영란법’ 시행과 시국상황 탓에 흥청망청 술을 비워내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 때문인지 각종 기부와 온정의 손길마저 함께 줄어들고 있어 매해 성금모금과 자원봉사를 진행하는 우리 단체로서는 특히나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연말기부금액을 가늠할 수 있는 사랑의 온도탑은 지난 19일, 전국 모금액 합계 기준 작년 43도에서 18도에 머물러 있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도나 낮은 기록으로 얼어붙은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역의 많은 기업체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참여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농협목포유통센터에서 지난달 김장나눔행사를 지원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쌀 200포대를 어려운 이웃에게 함께 전달했다. 많은 기업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이다.

목포 YWCA는 연중 소년소녀가장 반찬지원, 독거노인 돌보기, 여성일자리 지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연말봉사는 유독 힘이 든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골방에서 추운 칼바람과 사투를 벌이는 그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지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도무지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봉사나 기부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봉사와 기부는 어려운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봉사와 기부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따뜻한 마음과 작은 관심이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사실 멀리 있지 않다. TV 속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아프리카 오지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도움이 필요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혹은 우리의 관심부족으로 추운 겨울을 홀로 외로이 보내는 이웃들이 많다. 그들을 잘 모르는 시민들을 대신해 우리 봉사단체가 발로 뛰어 모금 동참을 유도하고, 연결고리가 되어 시민들의 온정과 사랑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도록 힘쓰겠다.

연말 여러 기관·단체에서 실시되는 모금에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시민들의 사랑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삶의 온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따뜻한 나눔 행렬에 동참해 사랑의 온도탑도 100도로 올리고, 직접 땀흘리는 봉사를 통해 삶의 의미, 봉사의 희생정신, 사랑 나눔의 기쁨을 직접 체험해보길 바란다. 영화 속에서 지구를 지키는 초능력자들이 아니라 몸소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여러 시민들이 히어로일 것이다.

정국이 어지럽더라도, 경기가 불황이더라도, 어려울수록 우리는 이웃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온정의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외롭게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껴안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