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일이다. 담양의 한 고등학생이 무심코 저지른 저작권 침해로 형사고소를 당한 뒤 저작권자(를 대리한 법무법인)의 합의금 요구에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형사처벌을 빌미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한 일부 법무법인들의 무리한 행태가 원인이었다.

안타까운 학생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는 가벼운 저작권 침해는 교육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거나, 청소년에 대해서는 1회에 한해 고소를 각하하는 제도를 실시하게 되었다. 또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데도 노력해왔다.

일반인들에게 저작권은 여전히 남의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알고 보면 저작권은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 있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문화상품들이 바로 저작물이고 그에 관련된 권리가 저작권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침팬지가 그린 추상화가 110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되었다. 침팬지가 그림을 그리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렇게 고가에 팔린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은 저작권이 있을까? 물론 이 그림에는 저작권이 없다.

왜일까? 저작권법은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남들이 느낄 수 있게 표현되어 있는 창작물이 저작물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인간이 아닌 침팬지의 그림은 저작물이 아닌 것이다.

저작물의 창작성은 아주 높을 필요는 없으며 다른 것과 구별되는 정도의 독창성이면 족하다. 여기에 해당된다면 다 저작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읽는 것들, 드라마, 영화, 연극, 음악, 미술작품, 시, 소설, 사진, 캐릭터, 컴퓨터 프로그램 등등이 모두 저작물이다. 광고나 무용의 안무, 건축물 등도 저작물이 될 수 있다. 우리 일상은 저작물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또는 법인)을 저작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저작자에게 주어지는 법적 권리가 바로 저작권이다. 많은 사람이 산업재산권인 특허와 저작권을 혼동한다. 두 권리는 보호대상도 다르지만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권리의 발생 방식이다. 특허, 상표, 디자인과 같은 산업재산권은 등록을 통해서만 권리가 발생하는데 반해, 저작권은 등록과 같은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누구든 저작물을 창작하는 순간 저작권이 발생하고 저작자가 죽은 후 70년까지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권리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원활한 저작물 이용을 위해 특정한 경우 법으로 권리자의 허락 없이도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 교육, 시사보도,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나 개인적인 이용을 위한 복제와 같은 다양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보호기간이 지난 저작물은 누구나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가장 손쉽게 저지르는 저작권 침해가 인터넷 상에 떠도는 사진이나 이미지를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올리거나 출판물에 쓰는 행위다. 또 최근에는 무료 폰트를 쓰다 그 이용범위를 벗어나서 폰트 회사로부터 합의금을 요구받는 경우도 많다. 음악을 블로그 등에 올려놓는 행위도 조심해야 한다.

간단한 내용만으로 저작권을 정확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안전한 저작물 이용을 위해서는 이것만은 기억하자. 어떤 것이든 저작물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제공되는 형태로 이용하려 한다면 권리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저작물이고,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면 언제든지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상담센터(1800-5455)로 연락하면 된다. 무료로, 친절히, 저작권과 관련된 어떤 것이든 상담받을 수 있다.

문화산업이 발전하고 그것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저작권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높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제 저작권은 교통법규처럼 문화산업의 질서를 유지하는, 우리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생활법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