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타클라라 계곡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그렇다면 “실리콘 밸리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처음 들어봤다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실리콘 밸리’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단순한 지명 이상의 의미로, 최첨단의 기술과 혁신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실리콘 밸리가 불과 30년전만 해도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던 허허벌판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인근의 스탠포드, 버클리와 같은 명문대 출신의 벤처 기업가들이 열정과 지식,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IT 회사들을 설립하면서, 나지막한 포도나무만 무성했던 캘리포니아의 한 촌구석을 전세계 첨단산업의 메카이자 혁신의 성지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한전이 서울을 떠나 빛가람 나주로 내려오는 청사진을 그리면서, 제일 먼저 구상한 사업이 나주를 “에너지 밸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한전의 “에너지 밸리”를 쉽게 설명하자면, 한전을 중심으로 전력사업에 특화된 Glocal(Global+Local) 산학연 복합단지라고 말할 수 있다.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나주 혁신도시 인근에 모으고, 지역 대학교와 연구소의 기술인력을 활용하여 한전과의 산학 협력을 통한 에너지 신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관련산업 개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파괴적 혁신의 시대를 맞이한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전진기지를 건설하는 원대한 계획인 것이다.

에너지 밸리는 지리적이나 역사적으로 실리콘 밸리의 후광을 이어받을 만한 좋은 상징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산타클라라 계곡이 금광시대 이후 농업지대로 바뀌어 조금씩 쇠락해 가다가 실리콘 밸리로 다시 부상한 것처럼, 농촌경제가 쇠퇴하면서 예전 ‘나주목’의 영광을 잃어가던 배나무 경작지에 세계 최고의 유틸리티 기업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주춧돌을 세웠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에너지 밸리는 이제 겨우 도움닫기의 첫발을 내디딘 단계이다. 관련 기업들의 투자도 초보적인 수준이고, 기술인력의 확보는 상당한 시간과 경험을 필요로 할 것이다. 30년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경험으로 쌓아올린 실리콘 밸리의 명성과, 첫 돌을 갓 지낸 에너지 밸리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민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시작은 단순한 에너지 ‘산업단지’의 개발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 산업의 혁신을 이끌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나가는 작업이다. 오늘의 기술이 서투르고 내일의 시도가 실패해도 에너지 밸리의 미래는 분명히 밝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우리 자신의 능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 Just Try, 그것만이 혁신의 비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