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보다 시청률이 높다는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뉴스가 화제다. 경제 무역국 6위에 걸맞지 않은 전근대적인 정치행태가 부끄러워 도저히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그나마 우리 국민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절망 속에 핀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 집회로 기록되고 있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대해 외신들은 “평화로운 카니발 같다”며 극찬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집회가 끝난 뒤에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는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보고 또 한번 감탄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한 자원봉사 활동은 비단 광화문 집회뿐만이 아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사고, 팽목항에서의 세월호 수습, 태풍 차바의 해운대, 그리고 들불처럼 타오른 광화문 촛불시위. 그 속에서 더욱 성숙해진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

시민의식은 자원봉사의 사상적 기반이다. 시민사회의 발달에 따라 자원봉사 여건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활발해진 자원봉사는 다시 시민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로 서구사회는 발전해 왔다. 자원봉사 활동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서로에 대해 이해해 가면서 신뢰가 쌓인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성이 회복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자원봉사 활동이 활발하다. 즉, 자원봉사는 민주시민의 책임과 권리로서 남을 도울 뿐만 아니라 공동체(사회)와 민주주의 체제를 건강하게 만든다.

12월 5일은 자원봉사자의 날이다. 이 날은 정부가 국민의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참여를 촉진하고 자원봉사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매년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로 포상과 연찬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광주복지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인복지시설인 빛고을노인건강타운과 효령노인복지타운에도 참으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지난 7년 동안 양 타운에서는 13만4957건의 자원봉사활동이 이뤄졌으며, 그 중에는 개원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봉사하시는 분들도 있다. 식당에서 7년째 배식을 도와주시는 ‘꽃할배 3총사’를 비롯해 주차장·갤러리·도서관·공연장 등 구석구석에서 많은 분들이 수고해 주고 계신다. 이들의 땀방울로 양 타운이 우리나라 제1의, 세계 제1의 노인복지 타운으로 거듭나고 있다.

타운 뿐만 아니라 광주시의 자원봉사자 활동도 괄목할만하다. 광주시민 147만2199명 중 등록 자원봉사자는 48만2115명(등록률 28%)으로 전국 평균 20.1%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실제 활동인원도 13만7730명(활동률 32%)으로 3명 중 1명은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성공적 개최는 바로 이 분들의 노력의 결실이다. U대회 이후 자원봉사를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시민의 권리로 인식하고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자원봉사자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보다 많은 시민이 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광주시의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브랜드 가치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광주복지재단에서는 오는 14일 타운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 연찬회를 준비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열심히 활동해주신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감사장을 드리고 싶다.

그러다 문득, 올해 연찬회에서는 타운을 넘어서, 광주를 넘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대한민국 국민에게 ‘2016년도 광주복지재단 자원봉사자 대상’을 드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