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나 광주시립교향악단 단원] 작곡가들’과 행복했던 8개월
2016년 11월 25일(금) 00:00 가가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곡들이 공연장에 울려퍼졌다. 자연을 망치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해 경고하고 싶었다는 유진이의 ‘사냥의 숲’, 주변에 있는 소리들을 나열한 태곤이의 ‘다양한 물질의 소리’,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줄거리만 가져와 자신만의 호두까기 인형을 만든 나연이의 곡 등이다.
70여명 꼬마작곡가는 혼자 또는 여럿이 함께 총 40개의 음악을 작곡했고 광주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의 연주로 이 곡들은 생명을 얻었다.
지난 20일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꼬마작곡가들의 작품 발표회가 열렸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행사였다.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은 광주시향이 진행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광주시향에 입사 후 지금 시향의 클래식 강좌를 진행하는 전남대 최유준 교수님에게서 직접 번역한 크리스토퍼 스몰의 ‘뮤지킹, 음악하기’를 선물로 받았다. 스몰은 책에서 음악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볼 것을 주문했고 그의 이야기는 시향 직원으로 일하는 내내 나에게 지침이자 숙제였다.
음악회에서 부모님에 의해 또는 수행평가 때문에 끌려오는 생기 없는 어린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스몰의 주장을 떠올렸다. 명사로서 고정된 음악은 너무 어렵다. 우리는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그저 우러러 볼 수밖에 없다. 음악을 함께 만들고, 연주하고, 감상하고, 춤을 추는 동사로서 대한다면 즐거울 수 있을텐데.
미래 관객 개발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더욱 활발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오케스트라가 운영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연구와 실행이 부족한 상태였다. 또 광주시향은 교육 관련 예산과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개발한 꼬마작곡가 운영단체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50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뉴욕필의 선진프로그램을 배우고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운영 단체로 선정되고, 광주시향 내외부 여러 강사들을 모집해 워크숍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꼬마작곡가를 통해 오케스트라 교육프로그램을 경험해 보고 앞으로 광주시향만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해 보자! 우리 오케스트라에 새로운 분위기를 전달하고 즐거운 음악경험을 함께 해보자! 시작은 아주 야심찼다.
꼬마작곡가는 악기나 음악을 배운 적이 없는 친구들도 자신만의 생각이 담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뉴욕필에서는 악기나 음악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을 우선 모집하라는 지침을 주었으나 지역 어린이들은 대부분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운 경험이 있고 학교에서도 음악이론에 대해 이미 학습한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을 바꿨다. 어렵고 수학공식 같은 음악을 즐겁고 신나는 놀이로, 꼬마작곡가 경험을 통해 음악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과 태도를 변화시키자고.
꼬마작곡가의 모든 과정은 놀이와 체험으로 설계된다. ‘네임제스쳐’ 게임을 하며 나도 모르게 리듬과 선율을 체득하게 된다. 아. 그러고 보니 ‘체득’이라는 표현이 참 정확하다. ‘체(體)’. 음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음악을 눈으로, 귀로, 몸으로, 마음으로 체득한 친구들은 프로그램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기에 이른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참 신기했던 점 하나. 15주 정도 긴 여정의 다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선배들은 참가자들을 꾸준히 나오게 하고 수료시키는 일이 힘들다고 말했다. 간식과 당부, 때론 설득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꼬마작곡가는 달랐다. 어떤 당부와 어떤 설득도 없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교육에 꾸준히 참가했다.
2기의 발표회 날. 친구들이 자꾸 말을 걸어온다. 내년에도 또 참가할 수 없냐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발표회를 마치고 즐겁게 사진을 찍고 돌아갔는데, 집에 돌아가 정말 마지막이구나를 실감하고. 몇 번을 울었다고 한다.
함께했던 15주간의 교육이 어떤 심포니, 어떤 뛰어난 음악가의 연주보다 더 아름다운 교향곡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꼬마작곡가 친구들이 이 아름다운 경험을 오래 간직하고 인생 내내 꺼내보고 살기를 기대해 본다,
담당자로서 아쉬움도 있다. 뉴욕필의 경우 꼬마작곡가의 작품을 대규모 편성해 정기공연 프로그램으로 삼기도 한다. 꼬마작곡가가 참여자 개인의 즐거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연주자, 더 많은 청중에게 영향을 주도록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부족하지만 행복한 지난 8개월을 보냈기에 다음 여정이 더욱 기다려진다. 더 많은 꼬마작곡가들과 ‘동사’로서 음악을 체험하게 되기를 바란다.
70여명 꼬마작곡가는 혼자 또는 여럿이 함께 총 40개의 음악을 작곡했고 광주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의 연주로 이 곡들은 생명을 얻었다.
광주시향에 입사 후 지금 시향의 클래식 강좌를 진행하는 전남대 최유준 교수님에게서 직접 번역한 크리스토퍼 스몰의 ‘뮤지킹, 음악하기’를 선물로 받았다. 스몰은 책에서 음악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볼 것을 주문했고 그의 이야기는 시향 직원으로 일하는 내내 나에게 지침이자 숙제였다.
음악회에서 부모님에 의해 또는 수행평가 때문에 끌려오는 생기 없는 어린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스몰의 주장을 떠올렸다. 명사로서 고정된 음악은 너무 어렵다. 우리는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그저 우러러 볼 수밖에 없다. 음악을 함께 만들고, 연주하고, 감상하고, 춤을 추는 동사로서 대한다면 즐거울 수 있을텐데.
꼬마작곡가는 악기나 음악을 배운 적이 없는 친구들도 자신만의 생각이 담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뉴욕필에서는 악기나 음악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을 우선 모집하라는 지침을 주었으나 지역 어린이들은 대부분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운 경험이 있고 학교에서도 음악이론에 대해 이미 학습한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을 바꿨다. 어렵고 수학공식 같은 음악을 즐겁고 신나는 놀이로, 꼬마작곡가 경험을 통해 음악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과 태도를 변화시키자고.
꼬마작곡가의 모든 과정은 놀이와 체험으로 설계된다. ‘네임제스쳐’ 게임을 하며 나도 모르게 리듬과 선율을 체득하게 된다. 아. 그러고 보니 ‘체득’이라는 표현이 참 정확하다. ‘체(體)’. 음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음악을 눈으로, 귀로, 몸으로, 마음으로 체득한 친구들은 프로그램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기에 이른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참 신기했던 점 하나. 15주 정도 긴 여정의 다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선배들은 참가자들을 꾸준히 나오게 하고 수료시키는 일이 힘들다고 말했다. 간식과 당부, 때론 설득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꼬마작곡가는 달랐다. 어떤 당부와 어떤 설득도 없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교육에 꾸준히 참가했다.
2기의 발표회 날. 친구들이 자꾸 말을 걸어온다. 내년에도 또 참가할 수 없냐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발표회를 마치고 즐겁게 사진을 찍고 돌아갔는데, 집에 돌아가 정말 마지막이구나를 실감하고. 몇 번을 울었다고 한다.
함께했던 15주간의 교육이 어떤 심포니, 어떤 뛰어난 음악가의 연주보다 더 아름다운 교향곡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꼬마작곡가 친구들이 이 아름다운 경험을 오래 간직하고 인생 내내 꺼내보고 살기를 기대해 본다,
담당자로서 아쉬움도 있다. 뉴욕필의 경우 꼬마작곡가의 작품을 대규모 편성해 정기공연 프로그램으로 삼기도 한다. 꼬마작곡가가 참여자 개인의 즐거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연주자, 더 많은 청중에게 영향을 주도록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부족하지만 행복한 지난 8개월을 보냈기에 다음 여정이 더욱 기다려진다. 더 많은 꼬마작곡가들과 ‘동사’로서 음악을 체험하게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