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V를 즐겨보지 않는 편이며, 라디오나 신문, 휴대전화에서 뉴스를 주로 접하는 편이다. 특히 TV에서는 드라마를 잘 보려하지 않는다. 어쩌다 드라마를 보게 되어, 드라마에 빠지게 되면 귀한 시간을 드라마에 낭비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침에는 라디오에, 저녁에는 TV 앞에 빠져있다. 오늘도 집에 들어와서 겉옷을 벗지도 않은 채, 소파에 앉아 TV 리모컨을 가지고 요즘 최고의 인기 드라마 ‘최순실’을 찾아 또 다른 새로운 사실에 놀라곤 한다. 매일 저녁마다 새로운 사실로 나를 꼼짝 못하게 TV 앞에 묶어놓고, 잠을 자고나면 아침에 또다시 새로운 사실로 나를 경악하게 하는 ‘최순실’ 관련 뉴스야말로 최고의 인기 드라마가 된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을 온통 경악과 분노로 들끓게 한 인기 드라마 ‘최순실’의 인기는 언제나 끝이 날지?

이 시점에서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서울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 광주지방법원 판사로 온 적이 있다. 주말이 되면 그 친구와 나는 테니스를 했다. 변호사 시절에는 골프를 쳤지만 판사로 와서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본인이 골프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변호사 등 여러 형태의 접대골프가 유혹할 것이라고 했다. 테니스가 끝난 후, 이 친구는 가끔 맥주를 한 잔씩 마신다. 맥주를 한 잔만 마셔도 반드시 대리운전을 불러서 가곤 했다. 어느 날 내가 “집도 가깝고 맥주 한두 잔 마신 것 같은데, 차를 가지고 가면 안 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이 친구는 “판사가 법을 어기면 이 나라가 무슨 꼴이 되겠냐?”고 분명한 어조로 얘기했다.

또 한 지인은 구(區)의원이다. 나와 식사 약속이 있어서 함께 만나 식당에 들어가는데, 식당에 들어서면서 주인에게 “아까 예약한 ○?○의원입니다”라고 했다.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자리가 많은 식당이고, 예약석이 따로 있는 곳도 아닌 작은 식당인데 사전에 의원 신분으로 예약을 한 것 같다. 구의원만 되어도 목에 힘을 주고 다니니, 대한민국의 시의원,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목에 힘을 주고 다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이다. 필자는 몇 년 전에 1년 정도 해외에 교환교수로 나갔다 온 적이 있다. 해외에 있는 동안 내내 우리나라의 뚜렷한 4계절, 편리한 교통, 안전한 치안 등이 그리웠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은 대한민국이 딱 한 가지, 정치인만 바꾸면 정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해외에 있으니 뉴스에서 정치인들의 싸우는 모습을 안 보니, 그것 하나 좋았었다. 그러나 귀국하자마자 정당끼리 싸우며, 서로 잘난 체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다시금 내가 한국에 있음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오늘도 밤 늦은 시간까지 ‘최순실’ 드라마는 공중파의 여러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다. 여기에는 두 여자 주인공과 수많은 조연 정치인들이 등장한다. 주연은 주연답게 매일 새롭고 놀랄만한 사건으로 인기를 끌며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려고 갖은 핑계와 잔머리를 굴리는 것 같고, 조연들은 주인공을 편드는 쪽과 주인공을 끌어내리려는 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실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최순실’ 드라마는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 우리 국민은 추운 날씨에 촛불을 들고 분노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싶다.

100만 개의 촛불은 냉엄한 소리로 외치고 있다. 가진 자가 법의 논리로 우기는 것처럼 비겁한 것은 없다. 법 이전에 도덕성과 책임이 앞서야 한다. 시간을 끌며 또 다른 꼼수로 자리를 지킬 수 없는 것이다.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잡는 것이고,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임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알려주는 겸손하고 진실한 대통령의 마지막을 국민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