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는 이전 어떤 시대보다 쉽게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소통의 부재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1인 세대가 증가하면서 더욱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오히려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다.

소통(疏通)이란 ‘막히지 않고 잘 통하거나 혹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말한다. 소통은 성공의 열쇠가 되기도 하고,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을 만큼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내 것은 지키고 남의 것을 가지려 할 때, 내 마음의 문은 닫고 남의 마음의 문을 열고자 할 때 소통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먼저 나 자신과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내 마음을 열어 남을 포용해야 한다.

북아메리카 북서부 해안의 인디언 부족들은 회의를 할 때 토킹스틱(Talking Stick)을 도구로 사용했다고 한다. 토킹스틱을 든 상대방이 의견을 말할 때는 말꼬리를 자르거나 끼어들지 않고 상대방의 관점을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이해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다시 토킹스틱은 상대방에게 옮겨져 먼저 말한 상대방이 이해할 때까지 충분히 의견을 전달한다.

인디언 부족들이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감한 것처럼, 말의 홍수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라는 올리버 웬델 홈즈의 표현처럼 우리 귀를 활짝 열어 먼저 듣기에 집중해야 한다. 원활한 소통의 첫걸음이 바로 올바른 ‘경청’이기 때문이다. 경청은 단순히 잘 듣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 그 내면의 의미와 동기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청은 상대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프랑스 패션 전문지인 ‘엘르’의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잠수종과 나비’는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과 감금증후군(locked-insyndrome)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왼쪽 눈과 의식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분이 마비된다. 그가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왼쪽 눈꺼풀 하나뿐이었지만 그는 하루 온종일 눈꺼풀을 감았다 떳다 하면서 세상과 소통하였다. 언어치료사의 도움으로 침묵에 빠진 육체의 한계를 이겨내며 15개월 동안 20만 번의 깜박거림으로 130페이지의 책을 저술하였다. 소통을 위한 인간 의지에 한계가 없음을 보여주며 세계에 큰 감동을 주었다.

명나라 문인 진계유는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 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라고 하였다. 바쁘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말하기보다 먼저 침묵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평생 괴롭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귀를 통해 말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 소통을 위한 최고의 지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