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필 극단 새결 대표] 연극이 끝나고 난 뒤
2016년 11월 11일(금) 00:00 가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더니 과연 이것이 이 비극적 연극의 마지막인 것인가에 대해서도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더구나 여주인공은 아무런 대사나 움직임도 없이 무대에서 내려가질 않으니 관객들은 충격을 넘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한 가지, 암묵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짧고 모호한 대사와 카리스마 넘치는 광선총 눈빛 연기만으로 상대배우들을 쩔쩔매게 하던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철저하게 관객들을 기만한 것이었고 오해할 수밖에 없게끔 계산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한 또 한명의 여배우는 거의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만큼 공포스러울 만큼의 존재감을 과시하고야 말았다!
요즘 어떤 TV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흥미진진하고 상상력을 뛰어넘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흡사한 설정과 내용전개를 무한 변주 재생하는 멜로 드라마는 우리의 실제 현실세계와 비교해 보면 너무나도 닮아있다. 그런 점에서 너무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이라고 그동안 평가절하 되어왔던 막장 TV이 드라마는 사실은 ‘리얼리즘’이었다는 지적에 감탄을 해야 할지 한탄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사실 더욱 요즘 마음을 무겁게 하고 회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대혼돈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작품의 여배우가 무대에서 내려가고 다음 공연작품을 보러 온다 한들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 것이다. 인기 정상의 여배우가 세기의 스캔들로 씁쓸히 퇴장하고 또 다른 배우가 활약한다한들 본질적인 주제의식과 이야기 전개방식은 바뀌지 않고 여전히 관객들을 실망시킬 것 같기 때문이다. 이는 관객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해야 할까? 마치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게 되어 있다는 말처럼? 그나마 일말이라도 희망적인 현상은 정치현실에 무관심하던 젊은 층의 각성과 현실참여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영원할 것 같던 박정희 신화에 대한 기성세대의 맹목적 추종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철저한 절망의 끝에 서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마지막 희망의 불씨까지 꺼진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우리 사회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근대화와 민주화의 ‘속도’를 자랑해 왔다. 그렇지만 그 속도경쟁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들을 당장 현실적인 경제적인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다 뒤로 미루고 물질적인 성장에만 집착해온 결과가 지금의 현실이 아닐까?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허겁지겁 집어먹었다가 놀라운 효능을 경험했지만 이제 와서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더 이상 처방할 수 있는 약이 없는 상태까지 치달은 것이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더 이상 현대의술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 차라리 마음을 비운 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으로 돌아가 치유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에 보듯이, 우리 사회는 이 모든 혼란과 부작용의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시 한번 시작해야한다.
현 정부 들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창조경제’, ‘문화융성’, 비록 이제 보니 국가차원의 보이스피싱이었고 올림픽경기장에 침 흘릴 만큼 오히려 비선실세들을 위한 창조경제 창업아이템이자 문화체육진흥을 빙자한 치부의 수단으로 전락했지만, 지역에서 작은 극단을 운영하는 본인으로서는 역설적으로 예술과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변하고 싶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부모세대들, 그 부모들에게 역시 앞만 보고 공부나 취업을 대비할 것을 강요받으며 꿈과 꿈을 꿀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해 가는 어린이, 청소년들…. 급기야 ‘순실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절망과 무기력에 상처받고 집단적으로 우울증이라고 걸린 듯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예술과 예술교육의 치유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며, 예술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현재 모습을 성찰하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광장에 밀려나온 수많은 촛불이 위태롭고 애처롭다.
한 여인의 비극적 성장과정에서 잉태된 전국민적인 비극은 여전히 막을 내리지도 못하고 우리 모두는 깜깜한 극장에서 일어서지도 출구를 찾지도 못하고 있다. 결말을 제외하고 이번 공연은 고대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왕’과 닮아있다. 비극의 주인공이 그러하듯 인물에게 내재된 ‘비극적 결함’(Hamartia)은 극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원동력이다. 무속, 샤머니즘 등등이 회자되는 현실도 절묘하게 오이디푸스가 신탁에 물어보는 것과 닮아있다. 다만, 비극에서 파멸과 수용을 거쳐 비록 패륜의 운명을 타고난 오이디푸스지만 자신을 휘두르는 운명에 대항하는 주체적인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만 아직 우리는 여주인공에게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의 대한민국의 오이디푸스왕은 비록 자신을 이 상황으로 몰아 간 것은 이미 예정된 잔인한 운명이었을지언정 이제라도 진실을 보지 못한 자신의 눈을 찌를 용기가 없는 것일까? 이 연극의 결말이 궁금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가 궁금하다.
한 가지, 암묵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짧고 모호한 대사와 카리스마 넘치는 광선총 눈빛 연기만으로 상대배우들을 쩔쩔매게 하던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철저하게 관객들을 기만한 것이었고 오해할 수밖에 없게끔 계산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한 또 한명의 여배우는 거의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만큼 공포스러울 만큼의 존재감을 과시하고야 말았다!
현 정부 들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창조경제’, ‘문화융성’, 비록 이제 보니 국가차원의 보이스피싱이었고 올림픽경기장에 침 흘릴 만큼 오히려 비선실세들을 위한 창조경제 창업아이템이자 문화체육진흥을 빙자한 치부의 수단으로 전락했지만, 지역에서 작은 극단을 운영하는 본인으로서는 역설적으로 예술과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변하고 싶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부모세대들, 그 부모들에게 역시 앞만 보고 공부나 취업을 대비할 것을 강요받으며 꿈과 꿈을 꿀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해 가는 어린이, 청소년들…. 급기야 ‘순실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절망과 무기력에 상처받고 집단적으로 우울증이라고 걸린 듯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예술과 예술교육의 치유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며, 예술을 통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현재 모습을 성찰하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광장에 밀려나온 수많은 촛불이 위태롭고 애처롭다.
한 여인의 비극적 성장과정에서 잉태된 전국민적인 비극은 여전히 막을 내리지도 못하고 우리 모두는 깜깜한 극장에서 일어서지도 출구를 찾지도 못하고 있다. 결말을 제외하고 이번 공연은 고대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왕’과 닮아있다. 비극의 주인공이 그러하듯 인물에게 내재된 ‘비극적 결함’(Hamartia)은 극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원동력이다. 무속, 샤머니즘 등등이 회자되는 현실도 절묘하게 오이디푸스가 신탁에 물어보는 것과 닮아있다. 다만, 비극에서 파멸과 수용을 거쳐 비록 패륜의 운명을 타고난 오이디푸스지만 자신을 휘두르는 운명에 대항하는 주체적인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만 아직 우리는 여주인공에게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의 대한민국의 오이디푸스왕은 비록 자신을 이 상황으로 몰아 간 것은 이미 예정된 잔인한 운명이었을지언정 이제라도 진실을 보지 못한 자신의 눈을 찌를 용기가 없는 것일까? 이 연극의 결말이 궁금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