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광주시지방공무원교육원장] 우리사회는 노인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2016년 11월 02일(수) 00:00 가가
추위로 가을이 무색한 ‘가을’이다. 형형색색 단풍을 한껏 기대하는 이들은 단풍만큼 아름다운 아웃도어를 갖춰 입고 산으로 들로 나선다. 푸르름으로 무장하고 나무를 키워낸 무성한 나뭇잎들은 이내 말라 낙엽이 된다. 낙엽은 쓸쓸하다. 그러면서 상기시켜준다. 우리 주변에도 쓸쓸하고 돌봄이 필요한 누군가 있다는 것을.
지난 10월 17일은 빈곤퇴치의 날이었다. 이날은 1992년 빈곤·기아 근절과 국제적 관심 촉구를 위하여 국제연합에 의해 제정되었다 한다. 사실 빈곤, 굶주림 같은 단어는 그리 친숙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부러움을 받을 정도로 경제개발에 성공하면서 빈곤과 문맹을 벗어났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상대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입장이 달라지는 것 같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근 보도에 인용된 OECD의 ‘한눈에 보는 사회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분류했을 때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은 노인층에 유난히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인구 비율)은 14.4%로 OECD 평균 11.4%보다 소폭 높다. 하지만 65세 인구는 전체의 절반 가량인 48.8%가 빈곤선 아래에 있다. 이는 OECD 평균 12.1%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우리나라 다음으로 노인 빈곤율이 높은 호주(25.7%)와 멕시코(25.6%)에 비해서도 2배 수준이다. 국내 노인 빈곤율은 2012년부터 3년 연속 OECD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은 누구인가? 우리가 그렇게 자랑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장본인들이다. 일제 식민시대에 태어나 4·19, 5·16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잘 살아보자는 일념 하나로 고통을 감내해 오신 분들이다.
혹은 먹는 입을 줄이려고 혹은 동생들의 학업을 위해 기꺼이 대처로 나가고 공장으로 들어갔다. 눈부신 경제성장은 이들의 값싼 노동력과 희생 위에 이루어졌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하나의 가정에서 출발해 사회 전체적으로.
1987년 10월 17일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10만명의 인파가 치른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비’ 개막행사가 ‘빈곤퇴치의 날’의 시초로 꼽힌다고 한다. 기념비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가난이 있는 곳에 인권침해가 있다. 인권보호는 우리의 의무다.’
광주는 인권도시다. 부정한 사회, 부당한 억압에 맞서 분연히 일어났던 광주는 이제 인간답게 사는 도시를 지향한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소외받는 이웃이 없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에 인색하지 않다. 지난 여름 노인복지 시설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단 한 사람도 홀로 지내지 않도록, 홀로 떠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 또한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이런일들을 아낌없이 추진하기에 재정상황은 만만하지 않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한국 노인층이 가난한 삶을 사는 이유에 대해 OECD는 ‘미약한 복지 안전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10.4%로 OECD 평균인 21.0%의 절반 수준으로, 멕시코(7.6%)에 이어 끝에서 두번째다. 특히 연금 지출이 GDP 대비 2.6%로 OECD 평균 8.0%의 3분의1도 되지 않는다. OECD는 “성숙되지 않은 한국의 연금제도가 노인들의 높은 빈곤율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우리사회 노인들은 일을 한다. 복지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벌어 메우기 위해서다. 가족이 함께 사는 풍습도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홀로 사는 노인이 많아졌다. 재산은 물려줬는데 자식이 부양을 소홀히 한다고 고소를 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신의 삶을 돈벌이에 의존해야 하는 노년은? 그것도 이른 새벽, 늦은 밤 종이박스를 주워야 한다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우리세대의 부족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세대가 물려준 풍요는 어느 순간 보내버리고 다음세대에게 인구절벽, 고용절벽을 물려주고 있다. 양극화 심화, 20대80 혹은 10대90, 상위계층으로 가는 사다리가 있냐 혹은 없냐라는 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가을이다. 인생의 황혼을 보내는 부모세대에게 사회적 관심과 존중을, 진심어린 정책적 배려를 했으면 한다, “고생했더니 보람 있구나” 말할 수 있게 해드렸으면 한다.
그런데 상대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입장이 달라지는 것 같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근 보도에 인용된 OECD의 ‘한눈에 보는 사회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분류했을 때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은 노인층에 유난히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인구 비율)은 14.4%로 OECD 평균 11.4%보다 소폭 높다. 하지만 65세 인구는 전체의 절반 가량인 48.8%가 빈곤선 아래에 있다. 이는 OECD 평균 12.1%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우리나라 다음으로 노인 빈곤율이 높은 호주(25.7%)와 멕시코(25.6%)에 비해서도 2배 수준이다. 국내 노인 빈곤율은 2012년부터 3년 연속 OECD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987년 10월 17일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10만명의 인파가 치른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비’ 개막행사가 ‘빈곤퇴치의 날’의 시초로 꼽힌다고 한다. 기념비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가난이 있는 곳에 인권침해가 있다. 인권보호는 우리의 의무다.’
광주는 인권도시다. 부정한 사회, 부당한 억압에 맞서 분연히 일어났던 광주는 이제 인간답게 사는 도시를 지향한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소외받는 이웃이 없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에 인색하지 않다. 지난 여름 노인복지 시설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단 한 사람도 홀로 지내지 않도록, 홀로 떠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 또한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이런일들을 아낌없이 추진하기에 재정상황은 만만하지 않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한국 노인층이 가난한 삶을 사는 이유에 대해 OECD는 ‘미약한 복지 안전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10.4%로 OECD 평균인 21.0%의 절반 수준으로, 멕시코(7.6%)에 이어 끝에서 두번째다. 특히 연금 지출이 GDP 대비 2.6%로 OECD 평균 8.0%의 3분의1도 되지 않는다. OECD는 “성숙되지 않은 한국의 연금제도가 노인들의 높은 빈곤율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우리사회 노인들은 일을 한다. 복지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벌어 메우기 위해서다. 가족이 함께 사는 풍습도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홀로 사는 노인이 많아졌다. 재산은 물려줬는데 자식이 부양을 소홀히 한다고 고소를 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신의 삶을 돈벌이에 의존해야 하는 노년은? 그것도 이른 새벽, 늦은 밤 종이박스를 주워야 한다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우리세대의 부족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세대가 물려준 풍요는 어느 순간 보내버리고 다음세대에게 인구절벽, 고용절벽을 물려주고 있다. 양극화 심화, 20대80 혹은 10대90, 상위계층으로 가는 사다리가 있냐 혹은 없냐라는 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가을이다. 인생의 황혼을 보내는 부모세대에게 사회적 관심과 존중을, 진심어린 정책적 배려를 했으면 한다, “고생했더니 보람 있구나” 말할 수 있게 해드렸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