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우리의 저녁식사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오해받을 만한 저녁식사 자리의 기피 현상으로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집밥에 대한 관심과 함께 쌀 소비도 증가할 거라는 전망이다.

쌀이 남아 사료용으로 써야하는 현실에서 보면 반갑고도 참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주식은 쌀이다. 그러면서도 쌀 소비량을 보면 정말 쌀이 우리의 주식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으로 하루에 1.7 공기(175g) 밖에 먹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데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잦은 외식문화 또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밥과 외식의 쌀 소비 형태를 살펴보면 집에서 식사할 때에는 주식(主食)이 당연 밥이 된다. 하지만, 외식을 하게 되면 밥은 부식으로 전락하고 만다. 즉, 음식을 먹는 순서가 집에서는 단연 밥이 맨 먼저지만 외식의 경우는 여러 음식을 먹게 되고 후식으로 아예 냉면 등 다른 음식을 선택하거나 밥을 시키더라도 다 먹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집밥이 쌀 소비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요즘 들어 드라마나 토크쇼에서 젊은 연예인들이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먹고 싶다고 하는 장면을 자주 본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청소년들이 이 장면을 봤으면 좋겠다.’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청소년들이 밥을 멀리하게 된 데는 인스턴트 등 대체식품이 워낙 많이 생산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른들의 건강식으로의 식생활 변화도 한 몫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건강식은 여러 가지 잡곡을 넣어서 밥을 짓기 때문에 식감이 매우 거친 느낌이 든다. 이렇다 보니 쌀밥 고유의 향과 식감은 이내 사라져 버린다. 어릴 적 거친 잡곡밥은 소화에 대한 부담감과 좋은 식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어른들의 건강식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밥 대신 대체식품에 길들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어려서 밥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밥 대신 햄버거를 들고 있다면 이 또한 어른들의 잘못이 적지 않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쌀밥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16년 8월 현재 정부의 쌀 재고량은 175만t에 이른다. 적정물량 80만t의 두 배가 넘는 많은 물량이다. 이 많은 재고가 늘어나게 된 데는 다름 아닌 우리 국민들이 밥을 먹지 않는 데에 있다.

쌀은 올해에도 남아 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산지의 쌀값은 초저가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러다 농촌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안은 없을까. 국민 1인당 하루에 밥 반공기씩만 더 먹는다면 90만t의 쌀을 해결할 수가 있다. 우리는 그 대안을 집밥에서 찾고자 한다. 예전에는 흰 쌀밥에 고깃국 먹는 것이 소원인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집밥의 원조가 아니었나 싶다.

집밥은 가족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집밥을 먹는 시간은 가족간 소통을 하는 시간이 될 것이며 식탁은 대화의 장이 될 것이다. 오늘부터 집밥으로 온가족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