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로 볼 때 가장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이 돼 버렸다. 절기로 보면 하늘이 높고 공기가 맑아야 하는데, 13층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영산호는 여전히 흐릿하다. 계절적으로 벌써 사라져야할 미세먼지가 아직도 우리 주위를 맴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보다 더 소란스러웠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나라 전체가 비상이 걸릴 정도로 야단이었다. 소를 다 잃었는데도 외양간 고칠 생각도 없다는 언론의 뭇매도 있었다. 자동차가 제일 문제라는 지적도, 석탄 화력발전소가 범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혹자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장거리 이동물질이 주원인이라고 했다. 영향의 정도에는 논란이 있지만 중국대륙의 바람길에 놓인 지형적인 특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대개의 공기오염 문제가 그렇듯 미세먼지도 장맛비에 씻기고 가을바람에 흩어지는 게 가장 빠르고 쉬운 해결책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렇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간단하다. 매순간 숨 쉬는 공기의 질이 우리 건강에 위험할 정도로 나쁘다는 것이다. 그럼 언제부터 공기가 인간의 건강에 위험을 끼쳤을까? 현세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이미 공기를 더럽히는 여러 자연현상들이 있었다. 화산폭발, 산불, 먼지바람이 대표적이다. 선사인류도 동굴에서 난방이나 취사를 위해 불을 피울 때 연기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현대에는 연소대상이 나무에서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로 종류가 다양해지고 그 양도 많아져 자연의 자정용량을 한참 넘어섰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렇듯 대기오염의 상당 부분은 뭔가를 태울 때 배출된다. 거의 모든 연소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덜 타고 남는 것들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화학제품을 만들거나 사용할 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미세먼지는 이처럼 연소로부터 곧바로 배출되는 것도 있지만, 처음 나올 때는 가스이던 것이 공기 중 여러 변화를 거쳐 입자로 바뀐 것들도 많다. 후자 쪽이 작은 크기와 큰 표면적 때문에 중금속 같이 해로운 물질을 많이 부착할 수 있어 건강에 더 안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도 과학적으로 정확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매킨지의 문제해결 방법인 가설과 반증법을 참고해 보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이 감지되면, 영향지역을 나누고 원인들을 지역에 맞게 세분화한 다음 해결방법을 내놓는다.

마지막으로 문제해소를 입증하는 자료를 수집하고 결과를 해석해서 환류한다. 이 방법으로 살펴보면,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가 안 좋다는 것이 감지됐다. 영향범위는 전국이 될 수도 있고 특정 지역으로 한정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의 구성성분과 발생요인을 대상 지역별로 알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원인별로 저감 대책을 내놓는다.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미세먼지 측정자료를 수집하고 결과를 해석해 환류한다.

지금 우리는 어느 부분이 잘못됐을까? 문제 인식은 명확하지만 영향지역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고 먼지특성과 발생원인도 지역에 맞는 자료 확보가 미미하다. 있다고 하더라도 중구난방이다. 학자에 따라 다르고 연구기관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러한 현상은 영향범위를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면 더 심해진다. 지역적으로 발생원이 모두 다른데 수도권을 제외하면 이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거의 전무하다. 그러니 일률적인 해결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문제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은 미세먼지를 2017년 연구방향 최우선에 두고자 한다. 우리지역의 미세먼지 현황을 이해하고 발생원을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면 해결책은 자연스럽게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종류의 연구는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다.

지난한 싸움이 예상되니 관심은 갖되 결과를 재촉하지 않는 인내도 필요할 것이다. 역사가 반복되듯 바람도 날씨도 되풀이되어 자의든 타의든 내년에도 몇 마리쯤 소를 잃을 것이고 타박이 있을 것이다. 약속할 수 있는 것은 그 순간에도 우리는 천고마비를 되찾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