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5·18 민주광장 등에서 ‘2016 청년도시 컨퍼런스’가 열렸다. ‘청년은 시민이다-시혜에서 권리로’라는 주제였다. 지난해 광주시 청년위원회에 참여해 직접 청년들의 의견을 모으는 원탁토의를 꾸리고, 수렴된 내용을 광주시에 전달하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접하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나는 대부분의 문제가 참여할 때 해소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청년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펼쳐놓은 이번 컨퍼런스는 개최 그 자체로 큰 설렘을 안겨주었다.

2016 청년도시 컨퍼런스는 청년당사자 회의, 지방정부 회의, 해외네트워크 회의로 구성되어 청년, 전문가, 행정 등 여러 주체들이 각각의 장소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시민권의 관점에서 청년의 권리 보장을 위한 생존할 권리, 자립할 권리, 일할 권리, 참여할 권리를 논의한 지방정부 회의에 참석했다.

그 내용을 세 가지로 풀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청년은 정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광주청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첫 만남의 자리에서도 청년의 개념 정의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했다. 도대체 청년의 범위가 어디까지냐, 청년의 위치가 무엇이냐, 예전의 청년과 지금의 청년을 다르게 불러야 하는 것이냐 등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시급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청년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현재의 청년 현실에 맞는 합의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의 개념 정의와 그에 대한 합의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출발해야 하는 자리가 어디인지 알고, 정확한 대상을 잡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청년은 지원이 아닌 투자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는 2014년 국제연합(UN)이 개최한 글로벌 유스포럼(First Global Forum for Youth Policies)에서 제기한 정책 방향이다. 이같은 방향에 따라 유럽연합(EU)은 권리보장의 관점에서 청년보장 제도를 핵심 사업으로 세워가고 있다. 이 발표를 들었을 때 나는 정처 없이 헤매던 길에 환한 조명이 켜진 것 같았다.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권리,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보장해 야 한다는 것은 이번 청년도시 컨퍼런스에서 내건 주제가 국제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흐름임을 알게 해주었다.

참여할 권리에서 시흥청년아티스트의 신재윤 대표는 주민청구발의를 통해 시흥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한 사례발표를 해주었다. 지역 전체가 청년을 믿고 기다려 주었기 때문에 성취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청년은 어렵고 불쌍해서 도와야 하는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신뢰받고 신뢰받은만큼 역동성을 발휘하는 지역의 주인공이다. 작은 믿음에도 힘이 배가되는 이들이 청년이다.

세번째는 당사자인 우리 청년들도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청년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논의를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청년들이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청년의 문제를 권리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큰 장이 열리고 있다. 열린 장을 채워가야 하는 이들은 다름아닌 청년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교과 시간에 우리는 권리에 대해 배웠다. 권리를 배우면 반드시 따라오는 단어가 있다. 의무이다. 권리를 누리는 자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해 시간과 에너지를 내기 어려운 것이 지금 청년들의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때 커질 수 있다고 믿는다.

청년도시 컨퍼런스는 나에게 2016년 대한민국 청년을 바로 보는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청년문제가 구조적이고 종합적이기에 발표자와 토론자 누구도 현실을 낙관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히 있었다.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더욱 견고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청년 스스로 참여해야만 더 크고 빠른 걸음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기 먼 발치 대의명분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가까이에 있는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해 참여하는 것임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