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구례 극단 마을 대표] 섬진강은 흐르고 있다
2016년 10월 27일(목) 00:00 가가
구례에 내려온 지 벌써 7년입니다. 극단 마을을 꾸린지도 5년이 되었고요. 요즘은 가을 공연 연습이 한창입니다.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포의 ‘안내놔? 못내놔!’를 연습중인데요 제목은 ‘슈퍼마켓 습격사건’으로 살짝 바꿨답니다. 다리오포는 노벨상 수상작가입니다. 코미디의 대가로 불러도 손색이 없죠. 단순히 코미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본래 코미디라는 것이 풍자와 해학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니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참 명작이다 싶은 게 대학 연극반 시절 이 작품을 만났을 때나, 2013년 극단의 세 번째 공연으로 올렸을 때나, 다시 공연을 준비하는 지금이나, 작품이 주는 재미와 감동이 변함없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의성을 잃어버리는 작품도 많은데 이 작품은 오히려 더 생생하게 현실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구례 극단 마을의 단원들은 대부분 구례에서 살고 있는 지역민들로 아마추어들인데요. 4년 전에, 처음 무대에 오른 ‘초짜 배우’들이 이 작품을 소화하기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했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따듯한 격려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품고 있는 깊이는 다 표현할 수도 없었고 어쩌면 알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꼭 다시 이 작품을 하고 싶었습니다. 구례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출발한 아마추어 극단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그때 나누지 못했던 작품의 감동을 이제 다시 관객과 나누고 또 보여주고 싶은거죠. 작품이 갖고 있는 힘과 함께 그것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 온 시골배우들의 열정과 저력을 말입니다.
그런데 연습실 풍경을 보면 꼭 구례 사람만 있지는 않습니다. 작품의 주인공 죠반니역을 맡은 배우는 구례 토박이입니다. 상대역이자 여자 주인공 안토니아역을 맡은 배우는 2년 전 귀촌해 작년에 처음 연극을 접했는데요. 이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우냐며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들인 루이지, 마거리타 부부는 순천사람들이 맡았습니다. 석양이 아름다운 순천 와온 해변가에 위치한 ‘사랑어린 배움터’(대안학교)의 연극 수업을 통해 시작된 인연이 수년째 이어져 이제는 극단 마을과 함께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루이지 역을 맡은 순천 친구는 죠반니 역을 맡은 구례 토박이 배우와 함께 최다 출연배우 1위를 다투고 있고 마거리타 역을 맡은 순천 배우는 지난해 극단 마을 정기공연 ‘구례! 우리읍내’를 통해 처음 연극을 접했는데, 연극이 일상으로 묻혀 가던 자신의 내면을 크게 변화시켰다며 엄청난(?) 각오로 다시 작품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비명입니다. “아이고! 왜 이렇게 어렵죠?”
그리고 일인다역으로 즐거움을 선사해 줄 배우는 ‘서울 촌놈’(?)이라고 불립니다. 구례 배우들은 “서울 것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촌놈”이라고 여긴답니다. 보험왕까지 차지했던 ‘서울 촌놈’은 연극이 하고 싶다며 돈벌이까지 내던지더니 기어코 구례와 서울울 오가며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단역인 순경역을 맡은 배우는 고향인 구례로 얼마 전에 귀향을 했는데요. 우연히 극단 마을 연극 포스터를 보고 “아니, 구례에도 연극이 있나?” 하고 극단 마을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마거리타 역을 두고 치열했던 오디션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조연출은 마냥 연극이 좋은가 봅니다. 그런데 조연출도 분명 어느 도시에서 ‘한가락’ 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 그렇지 제 얘를 빼먹었군요. 저는 충청도 촌놈인데 서울서 한 20년 연극하다 농사지으며 연극한다고 구례 땅을 밟았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길로 구례에 오고 또 저마다 다른 때에 구례에 이르러 어느 날 극단 연습실에 모여서 한편의 연극, 한 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이 풍경을 가만히 뜯어보면 무엇인가 닮았다는 생각이듭니다. 여러분은 혹시 짐작이 가세요? “세상살이가 다 그렇지”하고 보면 저마다 닮은 게 떠오르겠죠. 저는 매일 무심히 지나다니는 길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골 저 골에서 아주 오래전 그리고 바로 조금 전에 합류해 한 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합류하기 전에도 굽이굽이 제 사연이 한 가득 일 테죠? 지금 만나서도 또 굽이굽이 서로 사연을 부둥켜안고 흘러갑니다. 아! 그래, 섬진강과 같구나. 섬진강이 그러하듯 우리도 아무렇지도 않게 흐르고 흐르자….
뭔가 그럴듯하게 마무리를 짓고 싶은데 연습 시간이 코앞 입니다. 연극 보러 오십시오. 아! 맞아요. 그래도 섬진강은 막히지 않아서 참 다행입니다. 시간은 11월 10일∼13일 주중 오후 7시 반, 주말 4시 장소는 구례문화예술회관.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포의 ‘안내놔? 못내놔!’를 연습중인데요 제목은 ‘슈퍼마켓 습격사건’으로 살짝 바꿨답니다. 다리오포는 노벨상 수상작가입니다. 코미디의 대가로 불러도 손색이 없죠. 단순히 코미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본래 코미디라는 것이 풍자와 해학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니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참 명작이다 싶은 게 대학 연극반 시절 이 작품을 만났을 때나, 2013년 극단의 세 번째 공연으로 올렸을 때나, 다시 공연을 준비하는 지금이나, 작품이 주는 재미와 감동이 변함없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의성을 잃어버리는 작품도 많은데 이 작품은 오히려 더 생생하게 현실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인다역으로 즐거움을 선사해 줄 배우는 ‘서울 촌놈’(?)이라고 불립니다. 구례 배우들은 “서울 것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촌놈”이라고 여긴답니다. 보험왕까지 차지했던 ‘서울 촌놈’은 연극이 하고 싶다며 돈벌이까지 내던지더니 기어코 구례와 서울울 오가며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단역인 순경역을 맡은 배우는 고향인 구례로 얼마 전에 귀향을 했는데요. 우연히 극단 마을 연극 포스터를 보고 “아니, 구례에도 연극이 있나?” 하고 극단 마을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마거리타 역을 두고 치열했던 오디션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조연출은 마냥 연극이 좋은가 봅니다. 그런데 조연출도 분명 어느 도시에서 ‘한가락’ 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 그렇지 제 얘를 빼먹었군요. 저는 충청도 촌놈인데 서울서 한 20년 연극하다 농사지으며 연극한다고 구례 땅을 밟았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길로 구례에 오고 또 저마다 다른 때에 구례에 이르러 어느 날 극단 연습실에 모여서 한편의 연극, 한 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이 풍경을 가만히 뜯어보면 무엇인가 닮았다는 생각이듭니다. 여러분은 혹시 짐작이 가세요? “세상살이가 다 그렇지”하고 보면 저마다 닮은 게 떠오르겠죠. 저는 매일 무심히 지나다니는 길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골 저 골에서 아주 오래전 그리고 바로 조금 전에 합류해 한 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합류하기 전에도 굽이굽이 제 사연이 한 가득 일 테죠? 지금 만나서도 또 굽이굽이 서로 사연을 부둥켜안고 흘러갑니다. 아! 그래, 섬진강과 같구나. 섬진강이 그러하듯 우리도 아무렇지도 않게 흐르고 흐르자….
뭔가 그럴듯하게 마무리를 짓고 싶은데 연습 시간이 코앞 입니다. 연극 보러 오십시오. 아! 맞아요. 그래도 섬진강은 막히지 않아서 참 다행입니다. 시간은 11월 10일∼13일 주중 오후 7시 반, 주말 4시 장소는 구례문화예술회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