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도 광주에 문화는 있지만 문학은 없다면 지나친 말일까. 지방화 시대, 유·무형의 문화 요소가 관광자원이 되는 시대다. 광주에는 광주비엔날레, 광주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국내외 문화 행사가 있지만 문학과 관련된 행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광주에 문학적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풍부하다. 하지만 이를 발전시키고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용아(龍兒) 박용철(1904∼1938)만 해도 그렇다. 교과서에도 실린 그의 시 ‘떠나가는 배’를 모르는 이는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생가가 광산구 소촌동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간다” 그의 대표작 ‘떠나가는 배’는 어딘가 정박지를 찾아 떠나가는 ‘배’에다 인생을 비유한 작품이다.

그가 처음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본 유학 시절 강진의 영랑(永郞) 김윤식(1903∼1950)과 교우로 지내면서부터라고 하는데 1930년대에는 사재를 털어 문예잡지 ‘시문학’(詩文學)과 ‘문예월간’(文藝月刊) 등을 간행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주재하였던 시문학사에서 1935년 같은 시문학파 동인이었던 정지용의 ‘정지용시집’과 김영랑의 ‘영랑시집’을 간행함으로써 한국 서정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평양 출신이지만 광주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다형(茶兄) 김현승(1913∼1975) 시인도 빼놓을 수 없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목회지(牧會地)를 따라 제주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시인은 7세 되던 해에 전라남도 광주로 이주하여 기독교계통의 숭일학교를 다녔다. 1950년대에는 조선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1951∼1959) 많은 후학을 양성했으며 6·25 전쟁으로 국내 모든 문학지 발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계간지 ‘신문학’(新文學)을 광주에서 6호까지 간행하기도 했다.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깊어가는 가을 우리 국민 누구나 한 번쯤 읊어 보았을 시 ‘가을의 기도’의 일부다. 커피의 시인, 절대 고독으로 대표되는 시인이 살았던 양림동 집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지역의 문인의 삶과 작품을 널리 알리고 이를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여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군 평사리에는 최참판댁 등을 재현해 놓은 토지 민속 문학마을과 박경리문학관 등이 있다. 그곳에는 일반 관광객은 많은 문학인들이 찾아옴으로써 문학기행지로 각광받고 있는데 매년 가을엔 토지문학제를 개최하고 있으니 부럽기만 하다.

그리고 지난 2013년 ‘봄봄’의 작가 김유정(1908∼1937)의 고향 마을인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의 신동우체국이 김유정우체국으로 명칭이 변경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곳에 가면 소설가의 이름을 딴 김유정역도 있어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한다.

우리 광주도 늦었지만 이제 뜻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할 때다. 용아 박용철 생가가 있는 광산구와 다형 김현승 생가가 있었던 양림동 일대를 지역 문학관광특구로 지정하고 개발하여 관광객을 끌어들이도록 해야 한다.

국내 관광객은 물론 5·18광주민주화운동, 광주비엔날레, 중국의 3대 음악가인 정율성 생가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문학 관광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광주 문학과 문학정신을 널리 알리는 것,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