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culture)라는 개념은 라틴어의 ‘밭을 경작하다’, ‘가꾸다’, ‘신체를 훈련하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문화는 원래의 자연을 가꾸어 만든 산물 또는 그러한 행위 양식을 말한다. 지금 세계각지에서는 유·무형의 자원을 문화, 예술, 관광에 접목시켜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 독일 뮌휀 슈바빙 거리, 프랑스 파리 몽마르뜨 언덕, 영국 에든버러 고성 앞 광장이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에 북촌과 사간동과 인사동이 있으며, 부산 원도심 또따또가가 있다. 전주에는 한옥마을이 있다.

하지만 도심에는 전국적인 명소가 드물다. 자연환경 및 생태를 활용한 사례는 많이 있지만, 인구가 밀집돼 있는 도심에 내로라하는 관광자원은 별로 없다. 비어있는 도심을 살리기 위해 산발적으로 문화예술 행사만 치를 뿐, 연중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고용을 창출하며 지역경제 활성화 뿐만 아니라 지역의 산업 홍보, 지역이미지 개선에도 역할을 해 줄만한 도심 속 관광자원과 명소는 보기 드물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나 그 시대와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 지역 문화를 느끼고 싶어 꼭 방문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광주는 어떠한가. 예향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문화적 명소가 없어 늘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다. 이제 문화로 먹고사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시민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도심의 활력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민선6기 들어 지역미래를 위한 문화밸리를 시정의 핵심가치로 인식하고, 문화전당을 거점으로 도심생명이 싹터오는 문화텃밭을 만들기 위해 실타래처럼 흩어진 문화관광자원을 엮어서 ‘문화전당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다. 쉽게 표현해서 문화전당이 ‘점’이라면 이제는 그 점들을 연결해 선을 만들고, 선들을 이어 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화전당 둘레길’은 문화전당을 둘레로 공연, 예술, 역사, 푸른길, 카페거리 등 문화예술의 창작과 유통이 어우러지는 활력있는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문화전당이 문화중심도시의 심장이라면 혈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우리 삶과 아주 밀착한 매력적인 문화공간인 대인예술시장, 예술의 거리, 금남로 프린지페스티벌, 동명동 카페거리, 남구 푸른길공원,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을 잇는 둘레길을 만들어 국내·외 방문객이 광주에 가면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문화예술적 자산에도 불구, 관광객을 유인할 흡인력과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월 둘째, 넷째주 토요일 ‘광주문화 절정체험 오매! 광주’ 슬로건으로 금남로, 5·18민주광장 일원에서 버스킹, 예술체험, 먹거리 장터 등 각종 즐길거리를 문화예술단체, 동호회 등 시민과 함께 문화광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협업해 ACC-광주인터내셔널 프린지 페스티벌을 공동개최,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 버금가는 아시아 대표축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대인시장은 매주 토요일 상설 예술야시장을 개장해 예술가와 시민셀러의 참여를 통해 전통시장의 상실된 기능을 예술로 부활시켜 시민셀러 및 상인 일자리 창출·소득증대는 물론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자원으로 성장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시간대에 열리는 ‘나비야 궁동가자’ 행사는 예술의 거리내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40여개의 문화예술 체험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술의 거리에 입주해 있는 상점을 홍보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행사 날 매출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전당 둘레길도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9월 말 현재 방문객 56만1000명이 찾아 광주의 문화에 흠뻑 빠지는 등 전국적인 문화명소로 자리매김 해나가고 있다. ‘문화’는 인류가 피워내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정치, 경제, 과학도 결국은 문화의 꽃으로 피어나고, 이제 문화는 향유의 개념을 넘어 후손들의 삶을 책임지는 든든한 산업, 일자리, 먹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는 광주 문화의 혈관인 문화전당 둘레길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고 세계적 명품 관광명소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