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스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펜션을 리모델링했다. 시멘트 바닥을 걷고 친환경 자재로 바꾸고 일부는 흙 길을 그대로 살렸다. 집안에 있는 침대와 골조도 친환경 원목으로 바꾸었다. 사용하는 에너지도 태양광으로 전환하고 투숙하는 여행객에게는 세탁시간과 난방시간 등이 겹치지 않도록 협조를 구했다. 펜션에서 이용하는 것들은 일회용은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바꿨다. 이런 이야기로 30여 분 발표가 끝났다. 듣고 있던 나이가 지긋한 분이 질문을 했다.

정부로부터 얼마나 지원을 받았습니까.

독일이나 네덜란드가 접한 와덴해 돌아보며 좋은 사례를 보고서 함께했던 우리나라 주민들이 던진 공통된 질문이 ‘정부에서 얼마나 지원을 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자기 돈으로 농사를 짓고 자기 돈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어리석다. 눈먼 돈이 곳곳에 굴러다니는데 요령껏 가져다 써야 한다. 자기 집을 고칠 때도 갖은 구실을 붙여서 눈먼 돈을 가져온다. 본말이 전도되어도 성과만 좋으면 되니 눈 가리고 아웅이 우리세태다.

크라스씨는 처음에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흔들며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왜 멀쩡한 집을 리모델링하는 거죠.’라고 이어서 질문을 했다. 여행객은 알프스 다음으로 많이 오는 곳인데 객실 회전율로 보더라도 고칠 이유가 없다. 낡은 것도 아니고 펜션 위치도 사구와 바다로 이어지는 경관도 최고다.

크라스씨가 사는 피터오딩에 대해 알아보자. 독일 슐레스비히-홀스타인주 최대 갯벌관광지이다. 거주민은 4000명이나 외부 별장 소유자가 4천여 명에 이른다. 연간 35만 명이 숙박관광을 하며 1인단 평균 5일 체류를 한다. 당일관광객만 해도 50만 명에 이른다.

멀쩡한 펜션을 친환경 소재로 리모델링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파트너쉽’ 회원이 되기 위해서였다. 필요한 식재료도 모두 유기농이며 지역 파트너 농장과 목장에서 공급을 받는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철도를 이용해서 오는 여행객은 직접 역으로 마중을 나가는 것을 물론이고 작은 혜택도 주고 있다. 친환경 여행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 결과 가스는 30% 절감, 전기는 40%를 자가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숙박비용이 비싼 것은 아니다. 다만 예약률이 다른 숙박업소에 비해서 높다. 1년에 200일 이상 숙박객이 차고 있으며 대부분 단골손님이다. 주인은 지속가능한 철학과 가치로 펜션을 운영하고 소비자는 믿고 찾는다. 국립공원의 파트너십을 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립공원의 파트너가 되는 것은 신청 후 해당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과정은 간단하지만 국립공원, 행정기관, 기존 파트너 등으로 이루어진 위원회 심사가 까다롭다. 규정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어렵다. 파트너를 원하는 업체나 기관이 활동을 하면서 갯벌이 훼손되지 않도록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가를 논의해 정하기 때문이다. 선정되더라도 그 효과가 여행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자긍심을 가질 뿐이다. 오히려 수익금의 일부를 갯벌과 바다를 보전하기 위해 기부금으로 내놓는다.

크라스씨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집을 수리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을 했다. 만약 지원을 받았다면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아야 한다.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 추진했기 때문에 건축허가를 받는 것 외에는 자신의 생각대로 리모델링을 할 수 있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 아들이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과 전기자동차를 구입할 계획이다. 의식주만 아니라 이동수단도 친환경으로 갖춰 여행객과 함께 지속가능한 관광을 실현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