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노벨 과학상에서, 일본과 한국은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일본은 지난 두 해에 걸쳐 5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에 이어, 이번에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쾌거를 이루었다. 우리의 목마름을 채워 줄 날은 언제쯤일지 참으로 답답하지만, 우리의 밝은 내일을 기대해 본다.

우리는 노벨과학상에 왜 목말라야 하는가? 과학의 발전이 이 세상을 풍요사회, 선과 정의의 사회로 진전시킬 것이란 믿음을 우리는 갖고 있다. 노벨 과학상은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많은 과학자 가운데 최고의 성과를 낸 과학자를 찾아 수상한다. 따라서, 우리 과학계도 이제는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라가 있음을 실증해 주어야 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을 통해 국가 생존과 번영을 담보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세 분야 노벨과학상은 모두 미시세계 현상을 규명한 연구 성과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생리의학상은 일본 도쿄공대 오스미 교수가 밝힌 세포의 재생 메커니즘(자가포식 현상)이 암과 치매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벨 물리학상은 미시의 원자를 평면에 배열하여 극저온으로 만들었을 때 평소와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한 3명의 과학자가 수상했다. 그들은 영국 출신으로서, 미국 대학에서의 연구를 통해, 물질이 기묘한 상태로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을 인류에게 보여 주었다. 이들이 밝혀낸 신기한 현상을 이용해 인류에게 필요한 양자컴퓨터 개발 등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을 주고 있다.

노벨 화학상은 ‘분자기계’ 개발에 기여한 프랑스, 미국 및 네델란드 대학에서 연구 중인 교수 3명에게 주어졌다.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란 우리 몸의 생리적 현상을 모방해 분자 수준에서 그 기능을 기계적으로 재현한 것으로서, 신개념 센서,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일본은 1949년 이래, 이번 수상까지 22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되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도 노벨 과학상 수상이 전무한 참으로 참담한 실적이지만, 우리 과학계가 늦게나마 착실히 내일을 준비하고 있으니 크게 기대해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인 19세기 후반부터 기초과학에 공을 들여, 국내 과학기술 연구환경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적 지식역량 강화 등의 토대를 쌓아 왔다. 이러한 바탕 아래, 정부의 기초과학 연구 지원정책이 장기간 일관성 있게 추진됨으로써, 갈수록 시너지 효과를 크게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많은 기초과학자들이 추종연구가 아닌 창의적 모험적 선도연구에서의 한 우물파기 식 자세가 돋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이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중심으로 출발 단계라 할 수 있어 좀 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한국연구재단에서도 생애 주기별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연구자 중심의 창조적 연구 환경 마련에 노력하고 있어 그 기대감이 크다. 창의적·도전적 연구 지원을 강화하고, 차세대 연구인력에 대한 안정적·장기적 연구 지원 체계 구축 등은 가까운 장래에 큰 성과로 이어지리라 믿어진다. 이에 따라, 노벨 과학상에 대한 우리의 목마름은 곧 채워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