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던 지난 여름의 무더위도 자연의 섭리 앞에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나 보다.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뭐니 뭐니 해도 문화의 계절이다. 여기저기서 많은 문화행사를 만나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도 그 중의 하나인 셈이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미술전시회다. 단순한 미술전시회가 아니라 현대미술사와 현대문명사에 거대 담론을 던지는 실험적인 미술의 향연장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비엔날레가 된다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국제적으로 정상급 수준의 비엔날레는 시각예술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이 깊고 크고 무겁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곳 빛고을에서 비엔날레가 열린지 어언 21년이 지났다.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 미술매체인 아트넷(artnet)이 지구상의 백 개가 넘는 비엔날레 중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선정할 만큼 성장했으니 우선 대견한 일이다.

사실 기초예술로서의 미술은 살아남는 것조차 버겁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미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 한류로 각광받는 영화, 방송, 광고,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은 미술 없이 존재하거나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37개국 101 작가팀이 출품한 252점의 미술작품이 전시 중이다.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전시회의 주제 ‘제8기후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에 암시된 것처럼 미술이 사회와 인류에게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작품들이다. 여기에는 작가들이 혼신을 기울여 다듬은 사유와 성찰이 온전히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엔날레 작품들은 문화산업의 모태요 인생의 나침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언론으로부터 관람객 수에 관해 질문받곤 한다. 다행히 이번 비엔날레는 전번 행사에 비해 더 많은 관람객이 찾고 있다. 그러나 비엔날레에서 관람객 수는 부수적이다. 천혜의 관광지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베니스비엔날레만 해도 장장 6개월 동안 40만 명 안팎의 관람객이 찾는다. 방문객 유치 측면만 본다면 요즘 대세인 웰빙, 체험, 놀이 축제 같은 것을 여는 편이 훨씬 낫다. 하지만, 시각예술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비엔날레는 우리에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선 광주비엔날레의 가치는 광주의 브랜드파워를 높인 데 있다. 순수미술행사임에도 경제적 효과도 만만찮다. 광주전남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비엔날레가 광주지역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만 해도 무려 368억 원에 이른다. 이제 우리 광주가 비엔날레를 넘어 미술과 미술산업, 나아가 문화산업 도시로 자리매김한다면 문화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큰 이득을 볼 것이다. 이는 물론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다. 광주시와 시의회가 보다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비엔날레는 지역과 함께하는 비엔날레를 지향했다. 세계적 수준의 비엔날레답게 오락성 행사를 지양하는 대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비엔날레전시관 외에도 여러 전시관으로 본전시를 확장했다. 광주의 미술과 미술산업에 보탬이 되도록 특별전, 기념전, 오픈스튜디오, 나도 아티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10년이 못되어 광주가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미술 메카가 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 비엔날레 전시도 한 달 가량 남았다. 귀중한 것일수록 더 큰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우리 예향 시민들이 빠짐없이 비엔날레를 찾는 특권을 누렸으면 좋겠다. 경제계와 교육계 등 사회 각계에서도 비엔날레를 내일처럼 챙겨주면 좋겠다. 언론도 지엽적인 지적 대신 따뜻한 관심을 갖고 비엔날레를 알려주고 또 보듬어 주면 정말 좋겠다. 우리 모두가 이 가을의 한가운데서 비엔날레를 통해 넉넉한 행복을 누린다면 더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