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이민이 인기다. 여행에 그치지 않고 ‘제주살이’를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어디 버리는 것이 쓰레기뿐이랴. 언어, 음식, 주거 등 유무형의 폭력들이 난무하다. 피해는 섬과 바다 그리고 바다 건너 도시민들에게도 미친다. 그리고 방문객 수로 성패를 가늠하는 탓에 더 많은 숙박과 주거, 더 넓은 도로와 비행장 개발로 이어진다. 이들에게 섬과 바다의 수용력은 안중에도 없다. 물리적, 생태적, 사회적 수용력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제주만이 아니다. 섬이라는 공간에서 수용력은 다른 어떤 기준보다 중시되어야 한다. 이때 반드시 되새겨야 할 것이 전통문화 생태자원의 이용방식이다.

오래전에 일본 나가사키현 히라도(平戶)라는 섬을 방문했을 때다. 이곳은 15세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의 해양문화와 접촉이 많았던 섬이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나이가 지긋한 어부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린 학생들이 전통어업을 하는 사진을 발견했다. 고기잡이와 체험 중 어느 것이 수익이 더 나은지 물었다. 어부는 주저하지 않고 고기잡이가 몇십 배 더 소득이 된다고 했다. 그럼 고기잡이를 하지 왜 체험을 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어부의 대답이다.

섬사람은 점점 나이가 많아지고 젊은 사람은 섬을 떠나는데 누가 섬을 기억하겠어요. 지금 당장은 소득이 될지 모르지만 섬과 어촌이 지속되려면 젊은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기억해줘야 하잖아요. 그들이 기억하면 우리 어촌은 사라지지 않거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 어부체험이거든요.

네덜란드 섬마을도 고령화를 피해갈 수 없다. 아멜란드는 350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방문객은 일 년에 55만여 명에 이른다. 한때 1800명까지 인구가 줄었다. 옛날에 이 섬에 모두 8개의 풍차가 있었다. 밀과 호밀을 빻는 전통 방앗간이다. 뭍에 있는 큰 밀밭과 경쟁하기도 어려워 문을 닫았고 젊은 사람은 공부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서 섬을 떠났다.

더 이상 섬이 황폐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섬에 방문객센터와 박물관을 만들었다. 모두 주민들이 회의를 통해서 결정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두 개 풍차도 복원해 가동을 했다. 풍차라면 눈 감고도 부품을 만질 수 있는 할머니가 엔지니어로 참여하고 어렸을 때 먹던 빵을 만들었다.

방아를 찧는 날이면 마을 노인들이 모여서 일을 한다. 이때 세 개조로 나누어 많은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여 년 전까지 해온 일이니 설명도 연습도 필요 없다. 방앗간을 중심으로 모여 살았으니 얼마나 많은 사연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겠는가. 삶이 스토리다. 여행객을 위하여 옛날 사용했던 도구와 사진과 이야기를 전시한 아담한 박물관도 곁들였다. 빵, 겨자 등은 직접 풍차 안에서 만들고 주민들은 유기농으로 밀농사를 짓는다. 여행객에게 기념품으로 인기 짱이다. 찾는 사람이 많으니 밀밭 등 곡식을 재배하는 곳이 늘어났다. 풍차를 하나 돌렸을 뿐인데 노인 일자리가 생기고 찾는 여행객이 늘었다. 이들에 팔 빵과 겨자를 만들기 위해 작은 공장과 판매장도 만들었다. 덕분에 또 일자리가 늘었다. 방문객들은 맛을 보고 만족하니 다른 농산물도 찾는다. 이웃에서 질 좋은 유기농 농산물을 가져다 매장에서 팔기도 한다.

요란하게 치유나 힐링이라는 수식어를 요란하게 붙일 필요도 없다. 생태가 전통이며 문화가 생태가 된다. 지속가능한 섬 발전을 위해 생태와 문화는 필요조건이고 주민참여는 충분조건이다. 전통문화가 복원되니 생태환경이 균형을 이루고 섬살이에 생기가 돈다.